최근 한 달간 보유지분 정리작업···지분율 12.75%→2.56% 축소
2대주주 코오롱보다 빠르게 손절···반등 가능성 회의적으로 판단한 듯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지분 가운데 대부분을 한 달에 걸쳐 장내매도로 처분했다.
효성티앤씨가 지분을 매각하는 동안 카프로는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효성티앤씨가 카프로 2대 주주였던 코오롱인더스트리보다 발빠르게 ‘손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효성티앤씨, 카프로 지분 정리···사실상 ‘손절’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달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주식 509만8217주(12.75%) 가운데 407만3407주{10.19%}를 장내매도해 보유주식이 102만4810주(2.56%)로 감소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10일과 22일 두 번의 공시를 통해 장중 2만~10만여주씩 매도해 지분율이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효성티앤씨는 보유지분율이 12.75%에서 10.6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프로가 지난달 22일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감사의견 한정 의견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3월 23일 하루에만 126만8268주를 처분하는 등 본격적인 지분 털기에 나섰다. 효성티앤씨의 지분매각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27일에는 최대주주가 기존 효성티앤씨에서 382만5740주(9.56%)를 가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변경됐다고 공시됐다.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30일에도 지분율을 7.37%까지 줄였다는 공시를 띄웠고 전날 공시를 통해 지분율을 2.56%까지 더 낮췄다고 밝혔다. 지분율이 5% 이하로 줄어들면서 향후 효성티앤씨가 잔여지분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수시공시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효성티앤씨가 최근 한 달 동안 보유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금액은 총 41억1289만원 가량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11월 카프로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그동안 매각설이 그치지 않았지만 효성은 카프로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다.
카프로는 1965년 설립된 국영기업 한국카프로락탐이 전신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제조하고 있다. 주력 거래처는 효성티앤씨, 롯데케미칼, 태광산업 등이다. 카프로는 주요 고객사인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이 각각 1, 2대 주주로서 지분을 들고 있었다.
효성그룹은 당초 주식회사 효성을 통해 지분을 들고 있었으나 2018년 6월 1일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효성이 인적분할하면서 효성티앤씨가 카프로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인적분할 당시 지분율은 11.65%(465만8217주)였으나 2020년 3월 효성티앤씨가 1.10%(44만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12.75%까지 늘렸다.
효성티앤씨의 이번 지분매각은 효성그룹이 사실상 카프로를 손절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반면 2대 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졸지에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올해 1월 보유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지분매각에서 효성티앤씨가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 카프로 감사의견 ‘한정’···기업 존속위기
카프로는 2010년대 이전까지 국내 카프로락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였다.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은 알짜회사인 카프로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수십년간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코오롱그룹 측이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저가의 카프로 락탐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카프로의 기업가치는 낮아지기 시작했고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으로서는 카프로가 애물단지가 됐다.
카프로는 2017년 업황 회복에 힘입어 4년간 지속됐던 적자에서 탈출할 기회를 맞기도 했다. 효성 측은 2017년 초 코오롱과 합심해 카프로 박승언 대표 교체를 추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밀렸고 결국 박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결국 2018년 사임했고 코오롱 출신 권용대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됐다.
이후 카프로는 다시 적자로 전환했고 2019년과 2020년 각각 474억원, 595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무려 –12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프로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카프로는 이달 7일부터 6월 말까지 생산중단에 들어간다고 이달 3일 공시를 띄웠다. 카프로는 “향후 안전한 공장 가동 및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 개선을 위하여 한시적으로 카프로락탐 및 유안비료 생산과 관련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카프로의 재기 가능성을 사실상 회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프로가 내년에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카프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이월결손금은 1526억원에 달한다. 카프로의 자본총계는 266억원, 부채총계는 2756억원으로 부채비율도 100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