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통위, 기준금리 3.5% ‘만장일치 동결’
“금통위원 6명 중 5명, 최종금리 3.75% 전망”
“물가 2% 수렴 전까지는 금리 인하 언급 부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내 확산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번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나 금융통화위원 대다수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중 많은 분들이 시장의 기대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잠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그 영향을 바라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상황이나 기타 상황이 변화해서 물가 경로가 예상하는 방향에서 벗어나면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분이 다섯 분 이상이다”라며 “지금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 금리가 인하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는데 조금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이번 달까지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은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나머지 1명은 3.5%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 5명이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이유는 물가가 예상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와 폭 등에 대해 하반기 이후의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또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아직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논의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금통위 때와 마찬가지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아직까지는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물가가 충분히 2% 수준으로 수렴되는지를 보고 결정해야 하고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물가 경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이 총재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연말에는 (상승 폭이) 3%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 위기 가능성을 계속 얘기하는데 예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채권국”이라며 “외화보유고가 4250억원 넘게 남아있고 어느 정도 무역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충분히 대처 가능한 여러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1300원대 환율이 적정한 수준인지 묻는 말에 대해서는 “적절 환율이라는 개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변동성이 심할 경우에는 한은이 대처해야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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