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공사비 600만~700만원대 외면
7월부터는 건설사 선택지 늘어나 선별수주 가능, 상당수 조합 시공사 선정에 애먹을 수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에서도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자 건설사들이 소극적으로 변한 영향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에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가 지금보다 더 앞당겨지면서 건설사를 찾는 조합들이 늘어날 전망인데, 선택지가 많아진 건설사들이 옥석가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시공사를 찾지 못한 조합은 일정이 지체되며 전체 공급물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다섯 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3.3㎡당 공사비를 기존 525만원에서 719만원으로 200만원 가까이 올렸음에도 그동안 관심을 보이던 롯데건설마저도 등을 돌렸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건설사가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재건축·재개발은 그나마 규모가 커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보다 소규모로 사업이 진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시공사 찾기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서울 강북구 일원 미아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오늘(11일)까지 입찰을 진행한다. 해당 사업장 역시 앞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시고 일정 반복에 나선 것이다. 인근의 미아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이달 14일 두 번째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았으나 또다시 유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밖에 관악구 봉천동 1535번지 일원, 마포구 망원동 464-1, 서대문구 홍은동 11-360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올 하반기부터는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한달 전인 지난달 중순 조례 개정을 통해 그동안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하던 것을 올 7월부턴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시공사 선정 일정이 앞당겨지면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사업장의 수가 현행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사업장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일정에 착수할 수 있는 조합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150여곳이다. 영등포구가 16곳으로 가장 많고, 송파구와 서초구, 강남구가 각각 15곳, 13곳, 9곳이다.
건설사로써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반면 일부 조합으로썬 공사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등 돌리면서 더욱 시공사 선정에 애먹을 수 있다. 결국 이는 일반분양가 인상과 직결되는 이슈이기도 하다. 시공사를 찾기 위해 조합이 평당 공사비를 높이면 조합은 이를 일반분양가를 상승하는 방향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온기가 돌던 청약시장 조차 싸늘하게 식어버릴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조기 선정의 수혜를 받을 사업장은 일부 일반분양이 많은 알짜입지 등으로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조합이 건설사의 응찰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공사비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고,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