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어 2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 높아져···물가 둔화세 가시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1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해석이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 만에 인상 행진이 멈춘 것이다.

2월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3.5%로 유지되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아졌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떨어진 데다 경기 하강, 금융 불안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유인이 커진 까닭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투협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한 가운데 국내 물가 둔화세가 가시화해 동결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이는 2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진 것이며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불안한 경기 상황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 탈출 여부도 미지수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 불안도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여전히 변수다.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1.5%포인트로 2000년 10월 1.5%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투자자들의 자금이 높은 수익률 좇아 해외로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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