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등 은행법 일부개정안 발의
종전 5년간 가산금리로 부과해온 예보료·지준금 환급 내용 포함
은행권 “소급 적용 현실적·법적으로 어려워”
금정연 “부당 대출이자 당연히 환급해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권이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로 반영해오던 예금보험료(예보료)와 지급준비금(지준금)을 금리 산정에 포함시킬 수 없게 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아울러 해당 법안에 시중은행들이 최근 5년간 가산금리로 부과해온 예보료와 지준금 수조원을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과 같은 법적비용을 산정 항목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금보험료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이며,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맡기는 예금액이다. 두 가지 모두 대출자가 아닌 예금자를 위한 제도로 예금 비용에 해당한다. 예금자를 위한 예금 비용을 대출이자에 포함시켜 대출 차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번 법안 발의의 취지다.
감사원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일 ‘금융감독원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일부 은행들이 대출자와 관련 없는 비용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해왔음에도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실태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예금보험료 명목으로 약 3조4000억원을, 지급준비금 명목으로 약 1조2000억원을 대출 가산이자로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이 이런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관련해 2017년 이후 2차례 점검을 하고서도 은행의 자율성 존중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비용의 부적정한 반영에 대해 분석·점검하거나 조치한 사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안 의결을 통해 가산금리에 포함되는 법적 비용 중 예보료와 지준금을 반영 가능 항목에서 제외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시중은행들은 예보료와 지준금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은 가산금리 산정 시 예보료와 지준금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외에도 지난 5년간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에 부과해온 예보료와 지준금을 환급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에서도 해당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권 가산금리 부당 취득) 관련 환수방법에 대해 공론화해서 합리적으로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기존에 은행연합회에서 정해준 모범규준에 따라서 대출금리 산정을 해왔던 것”이라며 “지난해 은행연합회 모범규준 개정으로 예보료와 지준금을 대출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만큼 올해부터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에 부과해온 가산이자에 대해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결정된다면 은행권에서는 따라가는 게 맞겠지만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소급 적용해서 환급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서는 은행들이 예보료와 지준금 명목으로 가산이자를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된 만큼 그간 거둬온 가산이자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환급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5년간 예보료와 지준금 명목으로 부과해온 가산이자는 부당이득인 만큼 환수를 하는 게 적절하다”며 “과거 은행 대출이자 마감일이 주말일 경우 다음 영업일까지 부당 지연이자를 취해온 사례도 부당이득으로 판단해 환급 조치가 진행된 바 있다. 전례가 있는 만큼 금감원 차원에서 환급 지시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