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1분기 작년보다 2배 늘어난 3296대 판매
폴크스바겐, 1165대로 반토막···할인 축소 및 출고정지 여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BMW코리아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역전하며 선두권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그 아래 5위권 다툼도 치열하다.

렉서스코리아는 오랜 기간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서 벗어나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최근 뒤통수 할인과 출고 정지 등의 여파로 인해 판매가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렉서스 판매량은 1376대로 전년대비 148.4% 증가했다. 올 1분기 판매량은 3296대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5위를 차지했다. 렉서스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장기간 판매가 급감했으나, 올해부터 영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주력 모델인 ES의 경우 지난달 1003대를 판매하며 전체 수입차 트림별 판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렉서스는 전기차 RZ를 비롯해 주력 모델인 RX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풀체인지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라,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본 불매운동 이전인 2018년 렉서스 판매량은 1만3340대로, 벤츠, BMW, 토요타, 폴크스바겐에 이어 5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ES는 한 때 ‘강남 쏘나타’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다. 이후에도 정숙성과 승차감, 품질을 바탕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차량이라, 일본차에 대한 반감만 사라진다면 렉서스를 다시 상위권 브랜드로 끌어올릴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지난 3월 452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57.1% 감소했다. 1분기 판매량은 1165대로 작년(3374대)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이는 작년 말 논란이 된 ‘뒤통수 할인’과 올해 초 안전삼각대 문제로 출고가 일시 중단된 여파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10~11월 연말 할인은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12월에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였으며,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뒤통수 할인 여파 때문인지 폴크스바겐은 올해 들어 할인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지난달 폴크스바겐 할인율은 5~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22% 이상 할인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조만간 폴크스바겐이 할인을 늘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구매를 미루고 할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폴크스바겐은 이달 들어 다시 할인율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모델이 10~15% 이상 할인을 진행 중이다.

폴크스바겐 부진은 파워트레인 영향도 크다. 최근 국내 완성차를 비롯, 수입차들도 디젤을 줄이고 친환경 엔진을 늘리고 있는 반면 폴크스바겐은 여전히 디젤 차량이 대부분이다. 현재 폴크스바겐 차 중 디젤이 아닌 것은 티구안 올스페이스, 골프 GTI, 제타, ID.4 정도다.

디젤차는 최근 경유가격 상승과 각종 규제 강화, 친환경차 인기 등과 맞물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차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젤차 판매량은 33만3522대로 전년대비 1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동화 모델은 44만8934대로 전년대비 28.7% 늘어나며 디젤차를 역전했다.

여기에 수입차 브랜드 중 가격대가 비슷한 토요타가 올해 다양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부활을 예고한 점도 악재다. 토요타는 올해 라브4 PHEV를 시작으로 크라운 크로스 오버 HEV, 하이랜더 HEV, 프리우스 PHEV, 전기차 bZ4X를 출시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폴크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수입차 중 중저가 브랜드이지만, 전동화 차량을 대거 확대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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