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17.3조원↑···증권사 연체율 높아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130조원에 달하고,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기준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레고랜드 및 흥국생명 사태가 반복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어 금융당국이 전수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대응책을 꺼내는 분위기다.
9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9조9000억원이다. 전년 말(112조6000억원) 보다 17조3000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은행이 지난해 말에 전년 말 대비 6조8000억원, 보험사가 2조3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가 7조3000억원, 저축은행이 1조원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0.38%였다. 금융업종별로 보면 은행 0.01%, 보험 0.6%, 저축은행 2.05%, 여신전문(카드·캐피털) 2.2% 등이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 또한 2022년 말 1.19%로 2021년 말인 0.37%에서 0.82%p 늘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6.67%p, 여신전문금융사는 1.73%p, 보험사는 0.53%p 올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봤지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액은 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0.7%에 불과했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액 역시 6000억원으로 1.4% 수준이었다.
다만,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5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129조9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부동산 PF는 채무보증 형태로 이뤄져 금융권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윤 의원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대신 부실 우려가 높은 상가·오피스텔 등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에 PF대출을 해주는 행태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실패하면 곧바로 금융권 전체의 연쇄 부실은 물론 심할 경우 고객 자산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책금융기관 등을 동원해 부동산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상 징후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수 조사에 나서는 등 대응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PF 대출의 원리금 미상환 문제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PF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 금융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양호한 PF 사업장에 대해선 건설사·증권사가 보증하는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원활하게 차환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브릿지론을 PF로 전환하기 위해 15조원의 사업자 보증을 공급하고 있으며, 단기 형태의 PF-ABCP를 보증부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사업자 보증을 신설했다.
사업성이 우려되는 곳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달 중에 모든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마련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채권은행의 경우 부동산 PF의 부실 확대를 대비해 건설사의 PF 사업장·유동성 위험 등을 반영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부동산 PF 사업장 5000개 중 300∼500개를 중요 관리 대상 사업장으로 지정했다”면서 “사업장들이 한번에 파산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어느정도 면역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