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위주 사외이사진에 다양성과 전문성 보강
한 동안 불문율로 작용···관례 깨고 전략으로 확산
실무경험 풍부해 영입할 수만 있다면 좋은 선택될 것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국민은행이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그 동안 교수 위주로 구성됐던 사외이사진에 다양성을 더하고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실무경험에서 다른 직업 출신 사외이사들보다 풍부하다는 점에서 경쟁사라고 하더라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임 손병환 사외이사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일까지 2년 간이다. 손 이사는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상무와 경영기획부문 부문장 부사장, 농협은행 은행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KB국민은행은 안강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용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서태종 한국금융연수원 원장 등 3명의 사외이사는 재선임했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 정기주총일까지 1년 간이다.

은행권에서 경쟁사 CEO를 영입하는 것은 한 동안 불문율로 작용해 왔다. 관례를 깨고 파격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인물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던 2015년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최영휘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의 창립멤버로 당시 은행권에서는 이를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했다.

KB금융지주는 뒤이어 국내 첫 여성은행장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영입에도 성공했다. 과거 권 전 행장은 행장 시절 대통령에게 “이런 전향적인 마인드를 갖고 창조적인 기업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주신 데 감사드리고 다른 많은 분도 이 여성 은행장을 좀 본받으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은행장으로서 능력을 입증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KB금융지주의 경쟁사 CEO 영입 전략은 최근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6년 간 씨티은행장을 역임한 박진회 전 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박 전 행장은 1984년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한 후 자금담당본부장, 한미은행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은행맨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KB국민은행장을 역임한 이건호 전 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사외이사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특히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모시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며 "은행이나 지주 CEO의 경우 금융 분야 전문성이 누구보다 높고 경영 측면에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모실 수만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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