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따라 신속한 상장 가능하도록 IPO 준비 예정
KT, 비상경영체제 돌입···계열사 상장 작업 진행 '안갯속'
BIS 비율 개선 위해서라도 상장 절실···악순환 반복 가능성
경영 불확실성 확대, 기대와 달리 여건상 기약 없이 IPO 연기 관측

케이뱅크 주요 주주 지분 현황(2022년 9월 기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 2월 상장 계획을 연기한 케이뱅크의 연내 IPO(기업공개) 가능 여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케이뱅크는 증시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자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IPO를 지속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인 만큼 차기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 새로운 변수로 지주사격인 KT의 대표이사(CEO)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추진 예정이라던 IPO가 기대와 달리 여건상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며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KT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시작했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서는 KT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오는 8월까지 TF가 운영됨에 따라 KT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기까지는 약 5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 만큼은 그룹 계열사의 상장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올해 상장이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케이뱅크는 KT의 금융계열사인 비씨카드가 최대주주(지분율 약 33.72%)다. 비씨카드는 2020년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넘지 못한 KT의 케이뱅크 보유지분을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외에 ▲우리은행(12.6%) ▲베인캐피탕(8.19%) ▲MBK파트너스(8.19%) ▲카니예유한회사(6.14%) ▲NH투자증권(5.52%) ▲JS신한파트너스유한회사(5.12%) ▲한화생명(3.13%) ▲케이로스유한회사(2.66%) ▲컴투스(2.05%) ▲기타(12.70%) 등이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사실 케이뱅크로서는 마음이 조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자이익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순익을 기록했지만 성장을 위해서 빠른 IPO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케이뱅크는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주식시장이 급격히 침체했고 특히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를 진행하기 불가능한 시장이 조성됐다. 

올해 들어 기업가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상장을 철회한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재추진해야 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2021년 카카오뱅크의 상장에 자극을 받은 듯 빠르게 상장 절차에 돌입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탓에 불가피하게 철회를 했는데 이번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져 시간적으로 연내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서두르는 이유는 비단 성장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은 13.46%로 지난해 말(18.12%)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BIS 비율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미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BIS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BIS 권고 수치는 8% 이상이고 은행 전체 평균(12.26%)보다 높지만 관건은 속도다. 2021년 3분기에서 지난해 3분기 시중은행의 BIS 비율이 1.14%포인트(13.34%→12.26 %) 떨어질 때 케이뱅크는 5.73%포인트나 악화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으로 여신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순익이 증가하면 자본 규모가 늘어나면서 BIS 비율도 개선되는데 케이뱅크의 경우 대출자산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자산 비중이 확대됐다"며 "자본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IPO 이외 다른 방식의 자본 확충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본부족으로 성장이 제약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되는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IPO가 더욱 힘들어지는 형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외부투자자 유치도 쉽지 않다. 이미 기업가치가 나온 상황에서 유의미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사모펀드 뿐인데 수익보장약정 없이 투자를 할 리가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자칫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며 "적격 상장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시점에 상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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