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어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특별 일정 제외하고 매주 재판 출석
반도체 침체기,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 총수의 과감한 투자·결단 필요한 시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8월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8월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로 법원을 드나들기 시작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이 기간 이재용 회장은 수백번에 달하는 재판 출석은 물론 수감 생활까지 겪어야 했다. 현재도 2건의 재판을 받고 있어, 그가 등기이사로 선임돼 책임경영에 나설 시점은 기약이 없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저 대통령과 최순실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7년 4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2021년 가석방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2020년 9월 공소장이 접수되면서 현재도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을 드나들고 있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가석방 및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졌지만, 2021년 4월 시작된 부당 합병 및 분식회계 건으로 매달 법원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이나 해외출장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법원에 출석해 혐의 소명에 적극적이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신임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의 첫 일정은 공교롭게도 재판 출석이었다. 회장으로서 현장경영 및 신사업 발굴에 나설 시간을 법원에 쏟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것도 사법 리스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광복절 사면으로 취업제한 문제를 해소했고, 회장 취임 후 적극적인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어 등기이사 복귀를 점쳤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과 3주일 간격으로 금요일 마다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만큼 복귀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그의 등기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결정하고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렸다면 일부 주주들의 반대표 등 잡음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지면서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미등기임원 신분에서는 총수 및 회장이더라도 경영활동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꼬집는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2016년 인수한 것과 같은 대규모 빅딜(M&A)에 나서기 힘들어서다. 실제로 하만 인수 이후 7년이 지났지만 더 이상의 빅딜은 눈에 띄지 않는다.

더욱이 침체된 반도체 업황으로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유롭게 세계 각국을 다니며 고객사와 투자자 등을 만나는 것과 달리 이 회장은 잦은 법원 출석에 경영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총수가 매주 법원에 출석하는 상황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도체 시장이 하락기를 걷고 있어 어느 때보다 과감한 투자와 결단력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사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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