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팩에 이어 일반 중소형 스팩도 공모 철회 연이어
전반적인 스팩 시장 침체 우려↑···불확실성 증가 및 규제 영향
스팩 위주 IPO 하우스 실적 저하 가능성···다른 스팩 IPO 결과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뜨거웠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IPO(기업공개) 시장이 최근 들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대형 스팩뿐만 아니라 공모금액 100억원대 중소형 스팩에서도 공모 철회 사례가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냉각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스팩 IPO에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IPO 주관 실적 공백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50억원의 금액을 공모하려던 ‘키움제8호스팩’이 전날 공모 철회 공시를 냈다. 키움제8호스팩 측은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 및 투자자 보호 사항 등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키움제8호스팩은 지난달 30~31일 기관 투자가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바 있다.

앞선 지난달 말에도 스팩의 공모 철회 사례가 있었다. 공모금액 150억원 규모의 ‘유안타제11호스팩’은 지난달 28~29일 실시했던 기관 수요예측이 부진하자 공모를 철회했다. 유안타제11호스팩 역시 시장 여건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을 공모 철회 결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들의 공모 철회는 일반적인 규모인 100억원대 스팩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에는 공모 규모가 큰 스팩 위주로 상장 철회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공모 금액이 400억원을 넘어서는 대형 스팩인 ‘KB제24호스팩’이 공모를 철회했고 255억원의 자금을 모으려던 ‘NH스팩29호’가 뒤이어 공모를 접었다. 

*최대주주. 자료=각사 투자설명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대주주. 자료=각사 투자설명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처음 시장에서는 대형 스팩만의 문제로 평가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 환경 악화로 공모 금액 규모가 큰 IPO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현상이 일반 IPO에 나타나고 있는데, 스팩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스팩 규모에 걸맞은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겹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다 중형급 스팩 IPO도 투자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이에 스팩 IPO 시장 전반에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요예측을 마친 스팩들도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는 모습으로 최근 100억원 공모에 나선 하나27호스팩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37.12대 1에 그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합병에 실패할 시 납입원금에 이자를 얹어 돌려준다. 이에 통상 스팩은 공모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는데 투심 악화에 최근 공모가를 오랫동안 하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형 IPO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직상장 매력이 부각되고 있고 금융당국의 감독 규제가 강화된 점 등이 스팩 IPO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밝혔다.

스팩 IPO 위축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공백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 스팩은 중소형 IPO 하우스의 핵심 먹거리 역할을 해왔다. 일반 기업 IPO의 경우 딜 수임에 있어 대형 증권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해 일반 IPO 대비 스팩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9곳 수준으로 이 중 8곳이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다.  

스팩의 경우 상장 주관사로서 인수 수수료와 향후 합병 과정에서 자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도 추구할 수 있다. 일반 IPO 딜 수임이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 스팩 IPO 시장의 침체는 뼈아플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될 스팩 IPO의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하이투자증권은 ‘하이제8호스팩’을 앞세워 1년 4개월여만에 스팩 IPO에 나선다. 하이제8호스팩은 이날부터 5일까지 기관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유안타증권은 ‘유안타제14호스팩’의 기관 수요예측을 오는 11일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스팩의 공모 예정 금액은 각각 1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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