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 가치투자 철학 담은 개방형 공모펀드 3일 출시
손실 구간 접어들면 운용 보수 안 받아···업계 최초 도입
1호펀드만큼 파격적이지 않고 1호펀드 단기 성과 부진은 흥행 저해 요소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가치투자 명가’로 알려진 사모펀드 VIP자산운용이 두 번째 콘셉트의 공모펀드 출시에 나선 가운데 1호 공모 펀드에 이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절대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기존 펀드 대비 매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1호 펀드만큼 파격적이지 않고 1호 펀드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흥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세대 가치투자자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이끄는 VIP자산운용이 두 번째 공모 펀드인 ‘VIP한국형가치투자’를 이날 출시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공모펀드 운용사로 인가받은 이후 지난 2월 1호 공모 펀드인 ‘VIP더퍼스트펀드’(VIP The First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이 펀드는 ▲기업의 성장성 대비 저평가 정도를 고려한 종목 선별 ▲기업 실적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한 바텀업(bottom up) 중심의 전략 ▲장기적 시각에서의 투자 ▲복수의 펀드매니저가 나눠서 운용하는 멀티매니저 시스템 등을 토대로 운용된다. VIP자산운용의 가치투자 철학이 담긴 펀드로 VIP자산운용은 해당 펀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형 펀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VIP자산운용이 야심차게 두 번째 공모펀드를 내놓으면서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출시한 VIP더퍼스트펀드는 출시 하루 만에 300억원 한도가 소진돼 최근 공모 펀드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조기 마감하는 인기를 끌었다. 가치투자 명가로서의 VIP자산운용 인지도와 손실 일부를 완충해주고 특정 구간 이익을 극대화하는 손익차등 효과를 내걸었다는 점 등이 흥행의 배경이 됐다.
이번에 출시한 VIP한국형가치투자의 경우 수익률과 보수가 연동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요소다. 이 펀드의 기본 운용 보수는 연 0.8%다. 하지만 직전 1년 펀드 수익률에 따라 다음 분기 운용보수가 자동으로 변하게 되는데, 손실이 날 경우 회복 때까지 운용 보수는 받지 않는다. 운용 책임을 강화한 것으로 저조한 성과에서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는 기존 펀드와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성과가 좋을 시엔 기준에 따라 최대 연 1.6%까지 운용 보수는 높아진다.
이 같은 형식의 펀드는 최근 들어 등장하고 있지만 절대 수익률과 연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신한자산운용이 수익률에 따라 보수가 바뀌는 공모펀드를 출시했는데 이는 비교지수와 연동해 보수가 책정되는 형식이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에 출시하는 펀드가 장기투자, 적립식투자, 퇴직연금 투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공모펀드 출시와 관련해 “미래세대의 주역들이 꾸준한 적립식 투자를 통해 목돈마련에 도움이 되는 펀드, 퇴직연금자산으로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는 펀드를 만들고 싶었다”며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형 펀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끈 첫 번째 펀드 대비 흥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VIP더퍼스트펀드의 경우 손실 완충뿐만 아니라 성과가 났을 때도 투자자에게 혜택을 준다. 15% 수익이 날 때까지 VIP자산운용의 고유 자금은 수익을 인식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번에 출시한 펀드의 경우엔 성과가 좋아질수록 운용 보수가 최대 연 1.6%까지 높아진다. 이는 신한자산운용의 성과·보수 연동 펀드의 보수 상한선인 연 0.9%와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앞서 출시된 VIP더퍼스트펀드의 단기적인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운용 기간이 1년 10개월인 VIP더퍼스트펀드(1호)의 출시(2월 24일) 이후 수익률(지난달 말 기준)은 1.5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코스피 100%) 상승률이 2.2%,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 7.97%인 것에 못 미치는 성과다.
한편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1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첫 번째 공모펀드 흥행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최초로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첫 번째 공모 펀드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2019년 9월 출시 당시 한 달여 만에 1000억원의 자금을 모은 바 있다. 현재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66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로 성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