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전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가장 긴 적자행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또 줄면서 무역적자가 13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에 무역 침체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무역적자가 13개월 이상 이어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이후 처음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6% 줄었다. 작년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다.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이 쪼그라드는 이유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로 꼽힌다. 3월 반도체 수출액(86억달러)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제품 가격이 급락한 탓에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8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41.6%) 등 IT(정보기술) 분야, 석유화학(-25.1%)·철강(-10.7%) 등 중간재 품목의 수출도 줄었다. 반면 수출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64.2%)·이차전지(1%) 등 자동차 관련 품목 수출은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자동차 수출 급증과 관련이 깊은 미국(1.6%)·중동(21.6%)으로의 수출규모가 지난달에도 늘었다. 반면 반도체 비중이 높은 중국(-33.4%)·아세안(-21%)에 대한 수출은 줄었다. 중국과 아세안 내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은 세계경제 둔화로 모든 수출입이 감소하고 있다. 국내 수출도 이 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달 수출 실적은 작년 3월 수출이 역대 최대(638억달러)를 기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구나 수출 규모는 지난해 9월(572억달러) 이후 6개월 만에 550억달러대를 회복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3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한 59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원유(-6.1%)와 가스(-25.0%) 등 에너지 수입규모가 11.1% 줄어든 영향이다. 이 외에도 반도체, 철강 등 원부자재의 수입액도 줄어든 거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나타내는 무역수지는 지난달 46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무역 적자의 폭이 올해 1월(-127억달러)과 2월(-53억달러)에 이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