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률, 서울서 가장 커···“대규모 입주 공세 못 버텨”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구가 전국 전세가격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근 전셋값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다. 서울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고금리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대규모 입주 물량 공세를 버티지 못한 모양새다.
1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285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2398만3000원)과 비교하면 4.7%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전셋값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강남구다. 강남구는 지난 1월 3.3㎡당 평균 전세가격이 3700만7000원이었지만 지난달 3411만3000원으로 289만4000원(-7.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 1위 자리도 강남구에서 서초구(3486만5000원)로 바뀌었다.
강남구는 올해 들어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률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컸다. 올해 1~3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19% 떨어졌다. 이 중 강남구(-13.26%)가 하락률이 가장 높다. 이어 동작구(-10.66%), 송파(-10.07%) 등이 10% 이상 하락률을 보였다.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건 고금리 기조로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입주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 입주가 몰렸던 개포동에선 전셋값이 1년 전 대비 3억원 이상 떨어진 단지도 등장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면적 59.92㎡는 지난달 21일 전세 보증금 7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2022년 3월 같은 면적 보증금이 10억8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3억3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이 밖에 일원동 ‘한솔마을’ 전용 84㎡의 경우 올해 1월 7억3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달 18일엔 5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1년 전과 비교해 2억원 하락한 것이다. 도곡동 ‘도곡우성’ 전용 84.83㎡도 지난 1월 6억8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달 7일 6억원에계약이 체결됐다. 3개월 새 8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강남 아파트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입주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강남구에선 2월부터 3375가구 규모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를 시작했고, 6월 489가구의 대치푸르지오써밋, 11월 67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도 670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입주 예정 물량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강남구의 경우 지금과 같은 전셋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