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등 본인명의 보유주식 대거 처분···백지신탁 규제에 논란 원천차단
배우자·자녀 명의 해외주식 투자 활발···금융당국 공직자는 주식투자 꺼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국내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국내 상장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과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 보유주식이 3000만원 이상이면 백지신탁해야하는 법적규제와 더불어 각종 구설수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들 사이에서 배우자와 자녀 명의의 해외주식 투자는 매우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해상충 논란도 회피하고 재테크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외주식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 고위공직자 주식 대거 처분···눈물의 손절?

3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말 기준 '2023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장관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은 보유 중이던 국내 상장주식을 대거 정리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무려 128개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간 ETF’, ‘찐개미’라는 말을 들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9개 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 이 장관이 여전히 보유한 상장주식은 HMM 111주, NAVER 11주, 대한유화 35주, 명신산업 204주, 비디아이 645주, 비케이홀딩스 9255주, 신풍제약 37주, 이즈미디어 550주 등으로 총 평가금액은 2억900만원에서 26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 및 백지신탁하면서 모두 처분했다. 주식을 모두 매도하면서 본인명의 주식평가액은 21억원에서 0원이 됐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도 보유주식을 모두 팔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대부분 주식을 처분했다.

고위공직자들은 이행상충 문제로 주식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위공직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과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보유한 주식의 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2개월 내 직접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임명직 고위공무원은 지난해 손실을 본 상태에서 주식을 매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등 8억원대 바이오 주식을 보유했는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해당 법안이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기각됐고 결국 오 시장은 지난해 셀트리온 2주와 에이치엘비 1만162주, 톱텍 100주 등을 처분해야 했다. 

단 1,2주만 보유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일부는 공모주 청약으로 받은 주식으로 분석된다. 레고랜드 사태 일으킨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본인명의 보유주식이 LG에너지솔루션 1주였다.

공직자 재산공개 살펴보니 주식비중 감소···이해상충 논란에 대부분 처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해외주식으로 회피?

고위공직자들은 본인 명의 주식투자는 많지 않았지만 배우자나 자녀들의 투자는 매우 활발했다. 특히 고위 공직자 가족들은 본인을 포함, 이해상충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버크셔해서웨이, 엔비디아, 스타벅스, 세일즈포스 등의 주식을 900만원어치 보유한 서학개미였다.

이 장관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이 장관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게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 장관의 배우자의 주식평가액은 8600만원에 달했고 차녀 역시 2800만원가량을 보유 중이다.

이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비서관 등 해외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들이 상당수였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중국 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SMIC 주식과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도 AMD,와 ASML, TSMC 등 1억7000여만원의 해외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당국 고위공직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해외주식 선호도가 높았다.

이준수 금융감독원장 부원장과 김병칠 부원장보 역시 서학개미였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경우 나이키 0.015887주, 아마존닷컴 0.04088주를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소수점 매매거래 업무파악 차원으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