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일 전매제한 풀려···수도권 ‘10년→3년’
입주 앞둔 분양권 대거 풀릴 듯···거래 활성화 기대
“자금 여력 있는 수요만 움직일 수도···양도세도 검림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조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분양권 거래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분양한 단지에도 소급 적용되는 만큼 분양권 매물이 시장에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금리 기조 속에 자금 부담이 여전한 데다 양도소득세가 여전히 높아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4일 공포·시행할 방침이다. 전매제한 완화는 앞서 국토부가 1·3대책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시장에서 주택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분양받은 아파트를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경우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간 전매를 할 수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바뀐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은 3년, 서울 전역과 인천·과천·광명·하남 등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을 적용받는다. 비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은 기존 최대 4년에서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줄어들고, 그 외 지역은 폐지된다. 통상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 전 분양권을 매매하는 게 가능해지는 셈이다.
시행령 개정 이전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 적용한다. 전매제한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전매제한 기간은 당첨자 발표 이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입주 예정일인 2025년 1월 전에 분양권을 팔 수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은 지난해 12월 일반분양(4786가구)에 나섰지만 평균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쳐 미분양이 대거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전매제한 완화 등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이후 수요가 몰리며 최근 100% 완판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분양권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에 막혀 거래가 제한됐던 단지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선 ‘영끌’(최대 한도 대출 주택 구입자를 뜻하는 은어) 매수자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에 분양권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권은 기존 아파트 거래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덜하고 청약통장 없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어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 풀린 분양권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부동산 호황기에 많은 단지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데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분양권 거래가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추가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시장을 살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권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주변 단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분양권 양도세 개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거래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 초 보유기간 1~2년인 분양권 양도세율을 현행 60%에서 기본세율(6~4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재 분양권 양도세율은 취득 후 1년 내에 팔 경우 시세 차익의 70%, 1~2년 내에 처분하면 60%가 적용된다. 하지만 양도세율 조정은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인 “야당이 다수인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며 “양도세 외에도 실거주 의무 폐지와 같이 이번 정부에서 발표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가운데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관련 제도가 정리될 때까지 거래에 신중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