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ETF 중개 불가···신탁 통해서만 취급 가능
증권사 고유 업무 허용 여부에 업권 입장 갈려

인터넷은행 3사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인터넷은행이 수수료수익을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증권사처럼 은행도 상장지수펀드(ETF) 중개를 허용해달라고 건의하자 타 업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시중은행은 신중한 분위기다. 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시중은행도 ETF를 중개할 수 있기에 실익을 꼼꼼하게 따져본 후 입장을 결정하겠단 것이다. 증권사는 강하게 반대한다. 은행이 또 증권사 고유 업무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불만이다. 

◇ETF 시장 급성장···인뱅, 신탁사업 없이 수수료수익 확대 전략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ETF 중개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 경쟁력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과 회의를 열고 건의사항을 받은 것이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현재 관련 법규 상 은행은 ETF 중개를 할 수 없다. 원칙상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을 직접 중개하는 것은 증권사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은행은 ETF를 신탁을 통해서만 고객에게 취급할 수 있다. 특정금전신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ETF 투자를 권유하는 식이다. 

인터넷은행의 요구는 ETF를 신탁을 거치지 않고 증권사처럼 바로 중개를 가능하게 하는 ‘스몰 라이센스’를 은행권에 허가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공모 펀드는 스몰 라이센스를 통해 신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ETF도 실질적인 성격은 펀드와 같기에 당국이 스몰 라이센스를 내줘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ETF 중개를 통해 수수료수익을 더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수수료이익을 얻을 만한 사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신탁을 비롯한 자산관리(WM) 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 자산을 운용해주는 신탁은 자세한 투자 상담 등이 필요하기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ETF 중개를 통해 신탁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아도 수수료수익을 얻기 위해 이번 안을 건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ETF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위험 분산 효과로 주목 받은 ETF는 주식투자 열풍으로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투자가 늘어난 점도 ETF 시장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2조원정도 규모였던 ETF 순자산 총액은 2021년에 74조로 40% 넘게 늘어나더니 올해 2월엔 90조원을 기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중은행 “실익 꼼꼼히 따질 것”···증권사 “또 증권업 침범이냐”

시중은행은 수익성을 따져보고 입장을 결정한다는 태도다. 시중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오히려 시중은행에 이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TF를 신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면 고객으로부터 판매수수료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실질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그만큼 ETF 판매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신탁으로 판매하면 신탁보수를 책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보통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다만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단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가 ETF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은행이 나서서 얼마만큼 시장 파이를 가져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또 업권을 넘어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율이 하락해 많이 팔아도 남는 이익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사안이라 시중은행들도 사업의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보는 단계다”라며 “ETF 중개를 위한 체계를 만드는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ETF 스몰 라이센스가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불만이 크다. 또 은행이 증권업 고유 영역을 침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간 WM 관련된 사업을 둘러싸고 은행과 증권사 간의 갈등은 반복됐다. 지난 2017년엔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가 증권사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투자일임업은 증권사에 허용된 사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든 인터넷은행이든 은행권은 매번 증권사 업무를 가져가려고만 한다”라며 “은행이 증권사 업무도 다 하려고 한다면 증권사에도 은행 고유 업무인 수신 기능을 허락해야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