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대주주 지분 넣은 2011년 행위는 공소시효 완성
차별적 단가 정책 개입한 조현범 회장만 배임죄로 기소
‘횡령 수익자’ 아내 이수연·지인들도 범죄 입증 어렵다 판단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계열사에 13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75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 회장을 구속기소 한 검찰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과 형 조현식 고문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현식 고문은 동생 조현범 회장과 유사한 입장에서 부당 지원 객체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가 얻은 이익을 배당금 등으로 수령했다. 한국타이어가 MKT를 인수한 시점인 2011년 당시 회장이었던 조양래 명예회장의 관여 여부도 수사 단계에서 업계의 관심이 몰린 대목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전날 조현범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2017년 12월 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타이어 패턴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를 구매해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고 그 이익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거래로 한국타이어는 약 131억원의 손해를, MKT는 같은 금액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 지원의 객체인 MKT는 조 회장이 29.9%, 조 회장의 형 조현범 고문이 20.0%, 한국타이어가 50.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회사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1년 MKT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넣은 행위를 범죄의 경위사실로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조현범 고문을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MKT를 인수하면서 대주주의 지분을 넣은 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기소가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통상 부당 지원의 객체에 대주주의 지분을 넣는 행위는 ‘회사의 기회 유용’으로 배임죄로 의율이 가능하다. 이 같은 행위는 무형의 가치 상승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를 인수하고 대주주의 지분을 넣은 시점인 2011년에 주목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업무상 배임죄의 공소시효(7년)나 업무상 배임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행위 자체만을 문제 삼을 경우 배임죄의 시효완성 이슈가 있었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차별적 단가정책을 시행해 한국타이어에 손해를 끼치고 MKT에 이익을 보게 한 부분을 배임으로 의율한 것이다. 이 행위에는 오직 조현범 회장만 관여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현식 고문을 여러 차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 ‘횡령의 수익자’인 아내 이수연(이명박 전 대통령의 3녀)씨, 법인카드를 사용한 지인 등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수연씨는 한국타이어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전속 수행 기사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기사에게 급여를 준 주체가 한국타이어 경영진이고 이수연씨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지인들 역시 횡령의 공범에 해당하는지 검토했으나, 여러 형태의 반대급부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기소까지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