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얼라인, 이사회 영향력 확대 시도
최대주주 삼양사, 주도권 지키기 위한 전략 관측

전북 전주시 JB금융지주 사옥 / 사진=J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JB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30일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전원이 유임하는 안을 상정해 관심이 모인다. 같은 지방금융지주인 BNK·DGB는 이사회 구성원을 대거 교체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업계에선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등 JB금융 이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얼라인 측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할 것을 대비해 이사회 변화의 폭을 최소화한 것이란 해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 이사회는 최근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유관우, 이상복, 성제환 사외이사의 연임안을 오는 30일 열리는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JB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인 모두가 자리를 유지한다. 나머지 4인의 사외이사는 임기가 1년 남았다. JB금융은 사외이사에게 최초 선임과 연임 모두 2년의 임기를 부여한다.

반면 BNK·DGB는 임기가 다 된 사외이사를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BNK금융은 기존 6인의 사외이사 중 절반을 새 인물로 채웠다. DGB는 기존 5인의 사외이사 중 2명을 교체하는 동시에 두 자리를 새로 추가했다.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신규 선임된 인물이다.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도 4명의 임기만료 사외이사 중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을 바꾸는 것을 넘어 이사회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지난달 주주제안으로 김기석 전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더불어 성 이사의 연임도 반대한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SK케미칼의 합작 화학사인 휴비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 이사의 연임이 좌절되면 삼양사의 영향력은 더 줄어들게 된다. 

얼라인 측 인물이 이사회에 입성하고 성 이사의 연임이 좌절되면 최대주주인 삼양사의 입지는 그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삼양사 측 인물과 함께 주요 경영 사안을 의논해온 기존 이사들의 유임을 결정하면서 변화의 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JB금융 이사회 구성원들 가운데 경영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인물은 한 명도 없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양사가 JB금융 이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크다. 이사회 9인(사외이사 7인, 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의 구성원 가운데 3명이 삼양사 측 인물로 분류된다. 김지섭 기타비상무이사와 이번에 연임에 도전하는 성 이사가 삼양사 측 인사고, 사내이사인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삼양사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주총에서 삼양사(지분율 14.61%)와 얼라인(14%) 간의 표대결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주주간 지분율 차이가 1%포인트도 안되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최대 주주이지만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으로 인해 JB금융의 지분을 15%이상 갖지 못한다. 이에 그간 우군이 되는 주주를 끌어들여 이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를 핵심으로 한 기관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을 얼라인이 넘겨받으면서 이번 갈등이 시작됐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검사인을 선임하는 등 표결 승리를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는 모양새다. 상법 제367조에 따르면 회사 또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이 법률에 맞게 이뤄지는지 조사하기 위해 총회 전에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주주가 주총이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감시하도록 마련된 권리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엇갈린 의견을 제시해 표 확보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제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얼라인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은 얼라인파트너스의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자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이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에 성공한 만큼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JB금융 이사회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결국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의 움직임이 표 대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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