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녹색당, '세이프카드 메커니즘' 법안 발의···가스전 사업 규제 강화 가능성
SK E&S, 재무 부담 가중 우려 있지만 "사업 추진 지속"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 E&S가 약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호주 북서부 해상 가스전 ‘바로사-칼디타’(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호주 현지 탄소 배출량 규제 법안 ‘암초’를 만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가스전 사업의 일부 인허가가 취소되는 변수가 생겨 시추가 중단되는 등 악재가 있던 가운데 또 다른 변수를 만난 셈이다.

28일 miragenews 등 호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주 녹색당은 ‘세이프가드 메커니즘(Safeguard Mechanism)’ 법안을 발의했다. LNG 수출을 위한 모든 가스전은 가동 첫날부터 '넷제로'를 달성해야하며, 가스생산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부 티모르 해역에서 진행 중인 해상 가스전 사업이다.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만 7000만톤(t)에 달한다. SK E&S는 총 투자금액 37억달러 가운데 14억달러를 투자한다. 생산된 가스는 다윈항으로 옮겨 액화천연가스(LNG)로 정제하고 액화 처리를 거쳐 수출한다. 상업생산 예정 시점은 2025년으로 연 130만t의 LNG를 20년간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녹색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따라 SK E&S 쪽에서 감당해야 할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SK E&S측은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저탄소’ LNG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생산 개시 시점인 2025년에는 해당 기술이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로사 프로젝트의 50% 지분을 갖고 있는 호주 산토스는 지난해 ‘2022 기후변화 보고서’를 내고 “2027년에야 CCS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엘엔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토스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년 동안은 CCS 기술 적용 없이 LNG를 생산하게 된다.SK E&S 관계자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CCS 기술 적용 시점은 내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호주 환경단체 ECNT는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법안이 통과될 경우 SK E&S가 추진하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환경단체는 법안에 따라 온실가스 상쇄 비용이 매년 1억9800억달러(약 25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 540만톤(t)을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하는 비용이다.

SK E&S와 호주 산토스가 참여하는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 E&S와 호주 산토스가 참여하는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 E&S는 현지 상황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SK E&S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된 건 아니기 때문에 대응 방안에 대해서 해 줄 말은 없다”고 했다. 법안 통과 후 부과될 수 있는 재무적 부담에 대해선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사업은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바로사 가스전의 탄소 배출 논란은 초기 사업 과정 때부터 지속 돼 왔다. 기후 전문가단체 ‘기후솔루션’ 연구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의 다른 가스전에 비해 탄소 함유량이 2배가량 높아 LNG를 액화하는 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인근 지역 원주민의 반발도 거세다. 시추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지난해 9월 원주민들과 협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로사 가스전 시추 작업 환경 계획 승인 허가 취소’ 소송에서 원주민과 현지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SK E&S 측이 1심 판결에 이어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패하면서 공사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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