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은행···통합은행 새도약 발판 평가
'피인수기업' 경남은행, '인사 배제될까' 통합 반대
파벌 싸움 불거질 우려···빈 회장, 복안 내놓을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취임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오랜 과제인 부산·경남은행 합병을 성사시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 은행 출범의 최대 걸림돌은 결국 ‘인사’로 꼽힌다. 경남은행 출신들이 임원 선임 기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고, 합병에 성공해도 두 은행 출신 간의 파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빈 회장은 조직 내부 갈등을 해결할 인물을 자처한 만큼 인사 문제를 풀 묘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빈 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그는 지난 1월 이사회를 통해 그룹 회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됐고 이번 주총을 통해 정식 임기를 시작했다. 빈 회장은 지난 2021년 부산은행장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년 만에 그룹 수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업계에선 빈 회장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원뱅크(One-Bank) 체제' 구축이 꼽힌다. 부산·경남은행의 통합은행의 출범은 BNK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은행이 합치면 자산 140조원 규모의 대형은행이 탄생한다. 지방은행 중에선 압도적인 규모다. 대구은행(73조)의 약 두 배고 광주은행(29조), 전북은행(23조)의 6배가 넘는다. 더구나 두 은행이 통합하면 전산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어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빈 회장은 현재 통합은행 출범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원뱅크 체제는 BNK가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지방은행은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양 쪽의 공세를 받는 위기를 겪고 있다. 통합은 생존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최근 대형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는 안도 검토 중이다. 통합은행이 출범하면 시중은행으로 도약하는데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의 합병은 달성하기 만만치 않은 일이란 평가다. 경남은행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통합은행 이슈는 지난 2014년 BNK금융의 전신인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한 이후 계속 이야기된 사안이다. 인수 당시에도 경남은행의 반대로 인해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2020년에 “임기 중 통합은행 출범에 대한 방향을 만들겠다”라고 해 또 논란이 불거졌다. 이때도 경남은행 노조는 격렬하게 반대해 무산됐다.
경남은행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인사’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남은행은 부산은행을 뿌리로 둔 BNK금융지주에 편입한 ‘피인수기업’이다. 통합 은행이 탄생하면 경남은행 출신 인사들이 승진하는데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기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통합에 이르더라도 인사 문제로 내부갈등으로 홍역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에서 출신 은행으로 인한 갈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특히 우리은행은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과거 한일·상업은행 출신 인사들 간의 갈등이 심화돼 은행장이 교체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BNK의 핵심인 부산은행이 우세한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출혈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빈 회장 임기 동안 통합 은행을 출범시키려면 인사 체계를 얼마나 공정하게 확립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빈 회장은 그룹 내 파벌 싸움을 해결할 인물로 여겨져 회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조직 통합을 이룰 적임자로 평가된 만큼 공정한 인사체계를 바탕으로 원뱅크 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쓸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말 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서 최대 이슈는 내부 파벌이었다. 당시 부산대와 부산상고 출신들 사이에서 갈등설이 불거졌다. 빈 회장은 원예고, 경성대 출신으로 갈등 구도 어느 쪽도 포함되지 않았기에 갈등 해결의 적임자를 자처했고 그룹 수장까지 올랐다.
BNK금융 관계자는 “통합 은행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