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배당·자사주 매입 및 소각·사외이사 선임 놓고 표대결
이사회측 국민연금 우군 확보로 유리한 고지···외국인·소액주주 ‘변수’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KT&G 주주총회에서 현 KT&G 이사회 측과 행동주의펀드인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측이 각각 상정한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펼친다.
안건별 최대 7차례에 걸쳐 표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장 핵심적인 승부처는 배당 안건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현 KT&G 이사회 측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외국인과 소액주주 비중이 높다는 점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 KT&G 이사회 vs 행동주의펀드 ‘7차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 비전홀에서 열리는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현 KT&G 이사회 측과 행동주의펀드는 최대 7개 안건에서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일단 주주총회에서 1호 안건으로 제36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이 처리되고 2호 안건인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서부터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KT&G 이사회 측은 현금배당으로 주당 5000원 안건을 상정했다. 반면 안다자산운용과 FCP 측은 각각 주당 7867원, 주당 1만원을 현금배당해야 한다는 주주제안을 올렸다. 세 안건 중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한 안건이 2건 이상 나온다면 다득표로 결정한다.
KT&G의 최근 3년간 주당 배당금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에는 4400원, 2020년에는 4800원, 지난해에는 4800원을 배당했다. 총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뜻하는 배당 성향은 2019년 53.8%, 2020년 50.8%, 지난해 58.9%였다.
3호 안건에서는 FCP가 주주제안한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가부를 결정한다. 정관 변경안에는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 분기배당 신설 등이 포함됐다.
4호와 5호 안건에서는 FCP가 주주제안한 자기주식 소각 및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결정한다.
6호 안건에는 현 KT&G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숫자를 현행 6명으로 유지할지 2명을 늘려 8명으로 구성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현 KT&G 이사회는 현행유지를, 안다자산운용은 사외이사를 8명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 안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할 시 다득표로 결정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KT&G는 기존 사외이사 가운데 전 신한금융지주 CFO, 고윤성 현 한국외대 경영대 교수의 임기가 만료된다. 사외이사 수를 현행으로 유지하자는 안건이 가결되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자리를 놓고 이사회, 안다자산운용, FCP 측이 추천한 이사후보들 가운데 2명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된다.
KT&G 이사회 측은 기존 김명철, 고윤성 현 KT&G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수를 4명으로 확대하자는 안건이 가결되면 4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 투표가 진행된다. 이 경우 KT&G 이사회 측은 기존 김명철, 고윤성 후보에 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같다.
사외이사가 결정되면 마지막으로 감사위원을 맡을 사외이사를 놓고 표대결이 펼쳐진다. KT&G 이사회 측은 김명철, 고윤성 현 KT&G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입장이고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김도린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FCP는 차석용, 황우진 후보 선임을 제안했다.
KT&G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앞서 행동주의펀드 측은 법원에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 13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 국민연금은 현 이사회 ‘우군’···소액주주·外人은 ‘변수’
KT&G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절대적인 최대주주가 없다. 지난해말 기준 최대주주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7.12%)이고 국민연금(7.08%), 기업은행(6.93%) 순이다. 소액주주 비중은 62.9%로 절대적이다.
일단 현 KT&G 이사회는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 KT&G 이사회 편을 들어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현 KT&G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5000원 배당안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자기주식 소각 및 취득의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하기로 했다.
현 KT&G 이사회는 우리사주 및 KT&G 기금·재단으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사주 및 KT&G 기금·재단 지분율은 총 1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가 확보한 지분율은 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펀드 측은 외국인과 개인 소액주주들의 지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주주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는 행동주의펀드 안건을 찬성했지만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현 KT&G 이사회 안건에 찬성했다.
국내 의결권자문사의 선택 역시 엇갈리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ESG연구소는 현 이사회 편을 들었고 한국ESG연구원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행동주의 손을 들어줬다.
행동주의펀드 측이 가장 승산이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 안이다.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사외이사 4명을 선출할 경우 1주를 가진 주주가 4표를 행사해 1명의 후보에 몰아줄 수 있다.
만약 사외이사 8명 증원 안건이 가결되면 신규 사외이사로 4명을 선임해야 하는데 현 KT&G 이사회 측이 추천한 후보가 3명이기에 나머지 한자리는 행동주의펀드 몫으로 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