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잇따라 현장 방문
시중은행, 상생금융 방안 발표···우리은행, 실효성 있는 방안 발표 '주목'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연임 문제로 당국과 갈등 전력···관계 개선 의지 적극 표명 가능성
"대내외적 불확실한 경제 상황 고려하면 금리인하 넘어 리스크 줄이기 위한 조치 있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을 잇따라 현장 방문하면서 해당 은행들이 이에 맞춰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은행 방문이 예고된 가운데 우리은행이 어떤 내용의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어온 만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단순 금리인하를 넘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30일 우리은행 방문을 끝으로 4대 시중은행 상생금융 현장 행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새희망홀씨대출 등 대출금리 인하, 중소기업 지원책  등의 상생금융 관련 조치를 내놓은 상태다. 이 원장은 이달 들어 BNK부산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상생금융 확산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신한은행은 이자비용 1000억원과 금융비용 623억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및 대환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를 0.4%포인트 내렸다. 또한 전세자금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은 신규·대환·연기 고객 모두를 대상으로 각각 0.3%포인트와 0.4%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 9일에는 KB국민은행이 가계대출 고객의 이자를 연간 1000억원 이상 경감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KB국민은행은 가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금리를 일괄 인하했다. 제2금융권 대출을 국민은행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KB국민희망대출'도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하나은행이 차주 우대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취급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는 등 조치를 내놨다.

우리은행의 상생금융 방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우리은행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대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경우 손 전 회장의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어온 만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한데다 지난 24일 임종룡 신임 회장이 새로 취임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충격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불합리한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은행권에 요청하고 있다.

최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은행 주담대 구조개선 실적'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제시한 주담대의 고정금리 목표치(52.5%)를 달성한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은행권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를 설정해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행정지도인 만큼 목표치 달성에 대한 강제성은 없지만 목표치를 달성한 은행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 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우리은행이 유일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시중은행이 이미 조치한 금리인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과도한 이자 이익을 상쇄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단순 금리 인하를 넘어 상환이 어려운 위기에 처한 채무자를 중심으로 상환유예나 채무조정 등의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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