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한국투자증권 등 외화증권 거래대금 전년 대비 늘어
외화증권 거래 수수료 수익 감소폭도 비교적 크지 않아
시장 성장세 반증···증권사 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가운데 외화증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실적은 선방해 주목된다. 일부 증권사에선 거래대금이 전년보다 증가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수수료 수익 역시 국내 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보다 낮은 감소세를 보였다. 외화증권 브로커리지 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증권사 간 파이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의 외화증권 거래대금(매수+매도)은 454조3193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398조365억원 대비 14.14%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투자 환경이 좋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증권사 간 희비도 갈렸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간 외화증권 거래대금만 136조902억원을 기록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100조원대 거래대금은 6개 증권사 중에서 키움증권이 유일했다. 더구나 키움증권은 2021년 135조8838억원 대비로도 거래대금이 소폭 증가하면서 시장 침체를 무색하게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거래대금 급증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 거래대금은 84조6808억원으로 전년 56조8317억원 대비 49%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국내 주식 브로커리지 거래 실적이 전년 대비 32.19%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외화증권 거래대금 순위는 2021년 5위에서 2위로 크게 상승했다.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거래대금 선방 속 실속은 미래에셋증권이 챙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외화증권 중개 수수료로 1499억원을 챙겼다. 전년 1529억원 대비 줄었지만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기록한 외화증권 수수료는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수익은 2021년만 하더라도 업계 3위 수준이었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외화증권 중개 수수료 감소 규모가 작았다. 2021년 856억원의 외화증권 중개 수수료를 거뒀던 NH투자증권은 올해 732억원으로 14.4% 감소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1540억원에서 1261억원으로 18% 줄었다. 이는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각각 49%, 44% 감소한 것 대비 선방한 수치로 평가된다.

해외증권 브로커리지 시장이 투자환경 불확실성에서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주식 투자가 일반적인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노후자산 관리를 위한 방식으로도 보편화되면서 외화증권 브로커리지가 여전히 증권사들의 장기적인 먹거리로 평가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해외 증권 투자 서비스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화 예금과 투자 계좌를 연결한 사례도 나오고 있고 해외주식을 대여해주는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도 선보인 상태다. 해외 채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특히 삼성증권의 해외주식 주간 거래 독점 계약이 최근 만료되면서 주간 거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고위험 종목에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례도 있지만 노후 자산 관리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을 사모으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며 “해외 증권 투자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증권사 간 파이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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