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투자액 증가···AI 기반 기술 집중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넷마블이 지난해 연구개발(R&D)에 게임업계 최대 규모인 8581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 속에 AI 등 차세대 기술확보에 나서며 투자액을 늘린 것이다. 넷마블이 집중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이미 출시작에 음성 AI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곧 경량화된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23일 지난해 매출액 2조6734억원의 32%인 858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10%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금이 총 5618억원인 것과 비교해 53% 증가했다. 넷마블은 해마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왔지만,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5년간 투자액을 보면 2018년 4129억원, 2019년 4589억원, 2020년 5193억원, 2021년 5618억원 등이다.
이는 주요 게임사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증가율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및 매출 대비 비율을 살펴보면 엔씨소프트는 4730억원(18%), 크래프톤 4041억원(22%) 등을 기록했다.
◇ AI센터, 이용자 패턴 파악 및 수명주기를 연장에 주력
넷마블은 기술전략을 수립하는 기술전략실을 포함해 AI, 데이터분석, 게임품질 등을 담당하는 10개의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 중인 게임 업데이트와 신작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을 포함해 AI, 블록체인에 투자했다.
앞으로 AI 기반 연구개발 빅데이터 분석 및 인프라 개발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이 신사업 확장에 대비해 추진 중인 제2사옥 ‘G-TOWN’이 연구개발의 허브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업비만 3600억원에 달하며, 코오롱글로벌, 넷마블엔투, 넷마블넥서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넷마블 내 AI 전담조직인 AI센터가 AI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AI센터는 사람처럼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AI를 제작해 이용자들이 끊임없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AI 플레이어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 개발 효율화를 위해 음성, 비전, 자연어처리를 융합한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자동으로 제작하기 위해 음성 감정 인식, 얼굴 표정 제작, 립싱크 등을 종합해 그래픽을 구현한 것이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AI센터는 마젤란 프로젝트 및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밸런싱AI팀, 음성언어AI팀, AI서비스개발팀이 마젤란 프로젝트를 맡아 지능형 게임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게임 내 이용자 유입부터 이탈까지 게임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패턴을 파악하고 제품 수명주기를 연장하는 게 목표다.
넷마블 관계자는 “지능형 게임의 핵심은 AI 플레이어가 이용자 패턴을 학습해 지속적인 재미 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게임의 수명주기를 연장해 매출 증대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 음성 명령·합성 연구···사람같은 감정 표현 목표
넷마블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AI 관련 기술은 AI 기반 음성명령 기술이다. 이 기술은 터치나 입력으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를 음성으로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복잡한 게임 플레이를 쉽고 단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0년 출시된 ‘A3: 스틸얼라이브’에 음성AI 시스템 ‘모니카’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게임에서 “모니카, 메인퀘스트 시작해줘”라고 명령하면 퀘스트가 자동 실행되는 방식이다. 딥러닝 음성 인식 시스템을 모바일 게임에 탑재하는 것은 최초사례로 세계 AI 컨퍼러스인 ‘NIPS’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음성인식 프로그램은 용량이 커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게임 명령어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모니카보다 더 경량화된 모델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오인수 AI센터장은 “딥러닝 기반 모바일 음성인식 기술에 관한 연구 개발이 지속된다면 기술 자체는 점점 가벼워지면서도 더 많은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을 다양화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음성 합성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게임을 넘어 메타휴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휴먼의 외모와 성격 등을 고려해 개성 있는 목소리를 제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언어모델 기반 대본 스크립트를 제작해 각 인물의 성격에 맞는 대화 내용이나 말투까지 구현할 수 있단 설명이다.
넷마블의 핵심 기술은 시스템에 음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음성 대사에서 감정을 분석 및 추출하고, 해당 감정에 맞는 자연스러운 얼굴표정과 립싱크 애니메이션을 게임 캐릭터에 적용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3D 그래픽 효과 연출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기쁨과 슬픔, 두려움 등 여러 감정 표현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여기에 각각 다른 강도를 부여해 풍부한 감정 표현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다양한 언어 기반 음성 처리를 할 수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신작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