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비롯 용산·여의도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 마천루 경쟁 이어져

반포1단지 1,2,4주구 철거 전 모습. 이 단지는 다음달 말 총회를 열고 최고 49층까지 높일지를 최종 결정한다. / 사진=연합뉴스
반포1단지 1,2,4주구 철거 전 모습. 이 단지는 다음달 말 총회를 열고 최고 49층까지 높일지를 최종 결정한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단군 이래 최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으로 불리는 서울 반포주공 1·2·4주구가 최고 35층으로 정한 층수를 49층으로 변경할지 다음 달 결정한다. 수년 전 42층으로 계획했다가 서울시와의 협의 끝에 35층으로 하향 조정했던 만큼, 이번 결정에서는 조합원들이 최고층을 높이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말 총회를 개최하고 층수변경을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이는 지난 1월 5일 서울시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스카이라인을 위한 35층 높이규제 전면 폐지를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한 영향이다.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기발전을 제시하는 최상위 계획이자 도시의 위상을 가늠하는 종합 계획이다. 그동안은 최고층 35층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정비사업장들이 그 이상 높게 지을 수 없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서울 내 상당수 정비사업장은 49층까지 짓는 게 가능해졌다.

반포1단지 1·2·4주구가 49층까지 높이기 위해선 정비계획, 건축심의, 사업시행변경인가까지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연히 착공까지의 기간은 늘어지고 설계변경에 따른 용역비용도 추가로 들게 된다. 증가된 층수만큼 공사 기간도 추가로 소요될 뿐만 아니라 높게 짓는 만큼 지반공사 보강 등 공사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반포 1·2·4주구가 49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층 단지는 보통 해당 일대의 대장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택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층수를 상향하면 저층 배정 조합원은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조합원의 고층 배정 물량은 증가한다. 층수 및 건폐율 감소에 따른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거리 확보에 따른 주거성능 개선 효과도 있다. 최고 35층, 5002가구에서 가구 수 변화가 없이 6~8개 동의 층수를 최고 49층으로 올리게 돼 개방감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은 이번 층수 변경 검토가 토지이용계획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행정절차를 신속히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합 측은 총회에서 49층 이상 설계 변경안이 통과되면 약 2~3개월 뒤 인허가 변경 접수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곳뿐 아니라 대치, 이촌, 잠실, 여의도 등 층수 상향 검토 단지는 줄줄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미도는 최고 50층 3800가구로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상태다. 대치미도는 단지 중심에 타워형의 50층 주동을 배치해 양재천 및 남부순환로에서 열린 경관을 형성하도록 배치하고 다양한 주동 유형을 도입,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맞은편에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당초 용적률 299%에 35층 높이의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서울시의 규제 완화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즉시 높이를 최고 49층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의 마천루 전쟁은 강남권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 변경으로 용산구, 영등포구 등 한강변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 중 층수 상향을 검토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35층이었던 사업시행 계획안을 최고 47층으로 변경하는 안을 진행 중이고,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도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반면 반포1단지 1·2·4주구 맞은편에 있는 1단지 3주구는 당초 계획대로 최고 35층, 17개 동의 아파트 2091가구를 짓는 것을 목표로 이달 4일 착공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초고층 추진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조합원 평균 연령대가 높아 시간 끌다 입주를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찬반이 엇갈리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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