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1분기 IPO 주관 실적 1위···미래에셋은 3위
실적 규모 크지 않아 대형 IPO 하나로 역전 가능
1분기 부진했던 KB·NH투자증권도 기회 여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 주관 실적 1위 싸움이 주목되고 있다. 전통적인 IPO 강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중소형 IPO를 앞세워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뒤집지 못할 만큼 격차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난이도가 높아진 대어들의 IPO 주관 성공 여부가 증권사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중소형 IPO 위주로 흘러간 1분기···1위는 한국투자증권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IPO 주관 실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브젠, 제이오, 나노팀, 한화리츠 등 4곳의 IPO를 대표로 상장 주관하면서 1506억원의 공모금액(이하 스팩 제외)을 쌓아 올렸다. 올해 1분기 기준 1500억원이 넘는 주관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 뒤를 이은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이다. 2년 만에 IPO 주관 시장에 이름을 내민 한화투자증권은 계열사 덕을 톡톡히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초 티이엠씨 상장 주관에 성공했고 이달 들어선 계열사가 운용하는 한화리츠의 공모에 공동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는데, 두 IPO의 주관 실적은 1084억원으로 집계된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IPO 시장의 ‘빅하우스’들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3조4388억원의 IPO 주관 실적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은 올해 1분기 단 한 건의 IPO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당초 기대가 컸던 NH투자증권은 지아이이노베이션 1곳 상장 주관에 그쳤다. 컬리와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있는 대어들이 상장을 연기한 영향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그나마 선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주라이트메탈, 스튜디오미르, 엘비인베스트먼트 등 3곳의 IPO 대표주관에 나서면서 531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금양그린파워 한 곳의 상장 주관에 성공하며 300억원의 실적을 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해 IPO 한파 속에서도 각각 5000억원이 넘는 실적을 쌓아 상위권에 위치한 바 있다.
◇ 실적 격차 크지 않아···대형 IPO 주관 여부에 주목
증권사들의 주관 실적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1위 쟁탈전이 주목된다. 관건은 공모 규모가 큰 대어들의 성공적인 상장 여부다. 올해 1분기의 경우 IPO 시장이 중소형 위주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실적 격차가 발생하지 않았다. 규모가 큰 IPO 하나면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IPO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여전히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주목도가 높은 로봇 관련 회사 두산로보틱스의 공동 대표 상장 주관사다. 올해 상장이 계획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1위 협동로봇 제조사로 시장에선 최소 1조원 규모의 몸값을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두산로보틱스의 공동 대표 상장 주관사로 나선다. 여기에 대표 주관사로 있는 전구체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최근 2차전지 랠리에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 최소 2조원대 몸값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분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KB증권도 반전 가능성이 있다. KB증권은 디지털전환(DX) 전문 기업 LG CNS의 공동 대표 주관사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 거론하는 LG CNS의 예상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이다. 이밖에 기업가치가 1조원대로 평가받는 국내 주차장 운영 및 차량공유 업체 휴맥스모빌리티와 10조원대 몸값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실적 가시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이 대표로 상장 주관 업무를 하고 있는 팹리스 스타트업 파두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까닭이다. 파두는 지난달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는 투자 시장 불확실성 증대에 공모 규모가 큰 대어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가운데 IPO 빅딜에 성공하는 증권사가 나오게 되면 언제든지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1분기 실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