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개발 방식 놓고 이견···통합 대신 개별 추진 목소리도
리모델링서 재건축 선회 요구 늘어···“동의서 받기 어려워져”

지난 10월 5일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광경 ⓒ시사저널e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선 혼선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에선 개발 방식을 놓고 통합과 개별을 주장하는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역시 특별법이 재건축 중심으로 이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추가 완화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1기 신도시인 경기 고양 일산을 찾아 노후계획도시 현장점검과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반시설 노후화, 주차난·배관 부식·층간소음 등 주민 불편을 직접 보고 들으며 ‘노후계획도시 정비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앞서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단지별 재건축 추진이 아닌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블록 단위 통합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은 원 장관에게 통합정비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단지 간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이 생길 경우 재건축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준비가 먼저 된 단지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단지 내 5개 세대에선 천정이 내려앉아 재건축이 시급한데 통합으로 묶어서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정비에 찬성한다는 한 주민도 “현재 4개 단지와 통합을 시작하고 있지만 중간에 2~3개로 쪼개질 수가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다만 국토부는 기존 재건축 방식에 따른 개별 단지에 대한 특별법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 재건축을 통해 개별 재건축 때 공급하기 어려운 기반 시설을 확충하면 각종 혜택을 주고 재건축 추진 속도도 높여준다는 게 특별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원 장관은 “단지들을 합치면 합칠수록 이익이 가도록 할 것이다”며 “통합하면 할수록 공통 면적에 여유가 있다 보니 도시 전체 기능과 자족 기능,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넣기에 좋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도 특별법을 놓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별법에 대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소외됐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비교해 사업 속도가 빠르고 분담금이 적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금리 인상과 건설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리모델링 비용이 높아지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들 역시 리모델링보다 규제가 완화된 재건축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평촌과 산본에선 추진 단지들이 주민 간 의견 충돌로 진통을 겪고 있다. 평촌의 한 리모델링 단지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침체되고 공사비 인상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주민들도 사업 추진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며 “특별법 발표 이후엔 동의서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리모델링 관련 추가 완화책을 고려해 볼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조합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간 득실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정부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재건축으로 선회하더라도 관련 법안 발의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주민들의 갑론을박이 여전이 계속되고 있어 실제 추진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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