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전 회장 이어 3년 임기 시작
국민연금, "기업가치 훼손" 선임 반대···재일 주주 지지로 무난히 가결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모두 원안대로 통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기관이 반대했던 일부 안건도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23일 오전 10시 신한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 건은 출석 의결권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 4분의1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진 회장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3년간 그룹을 이끌게 됐다.
앞서 지난 1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인 2021년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주총에서 반대표 행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업가치 훼손' 명분의 반대 입장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신한지주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하지만 재일교포를 비롯해 다른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와 진 회장을 지지했고 그 결과 무난히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그 동안 진 회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뒤집고 "진 내정자는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라임 사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회장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찬성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향이 큰 데다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0%가 넘는다.
진 회장은 "주주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신한 성장 이끌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신한과 함께하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사명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용병 (전임) 회장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신임 회장으로서 조 회장의 경영 방향을 잘 이어 받아 더 큰 신한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주요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상혁 기타 비상무이사, 사외이사 9명의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수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성재호·이윤재 사외이사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감시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했고 ISS는 사외이사진이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수년째 신한금융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오고 있지만 이번에도 선임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주당 865원의 현금 배당도 결의했다. 지난해 1~3분기를 포함한 연간 배당금은 2065원이다. 배당 성향은 23.54%다.
주총 직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윤재 사외이사가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날 주총에서 조용병 전 회장은 "지난해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한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며 "앞으로 고객중심과 금융보국이라는 창업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 없는 변화와 도약을 통해 '선한 영향력 1위'라는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