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선출 15일만에 이사진에 사의 전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윤경림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후보 확정 15일 만에 후보직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CEO를 선임할 정기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서다. 차기 KT CEO 선임과 경영 정상화 시점은 또 밀리게 됐다.
23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전날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계속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후보직 사의를 전했다. 이에 이사진은 윤 후보자의 사의를 거듭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자가 사임하더라도 오는 31일 주총은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다만 CEO 선임안은 의안에서 제외된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임기가 이달 주총까지인 만큼, CEO 부재에 따른 KT의 경영공백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날 KT새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이사회와 윤 후보자에 책임을 물었다.
새노조 관계자는 “사퇴의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회사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윤 사장이 후보를 수락한 게 무책임했던 동시에 지금 사퇴한단 것은 비겁하다”며 “회사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구 대표가 연임을 추진할 때부터 이같은 혼란이 예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부터 4개월간 이사회가 온갖 꼼수를 부렸지만 CEO 후보를 마련하지 못했고, 인사가 올스톱되며 직원들은 일손을 놓아야 했다”며 “3번에 걸쳐 연속 벌어진 일을 실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보 선출 실패는 애당초 본인들의 인력 풀 내에서만 고르려는 아집 끝에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노조 관계자는 “현 이사회가 단순히 말로 비판 받아야 하는 선을 넘어섰다고 본다. 따라서 이에 따른 손실에 대해 배상을 포함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하며, 고의의 정도가 있다면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새노조는 이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내부 이권카르텔화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동시에 이 대혼란의 수습을 위해 국민연금 등 대주주와 소액주주 등의 의견을 소통하는 소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