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 당국에 금융업 진입장벽 완화 필요성 건의
사업 특수성 고려···인터넷전문카드사 도입 대안 제시
경쟁 촉진 이끌 새로운 '메기' 출현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전망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출혈 경쟁 심화 가능성 '난색'
"경험 부족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와 리스크·유동성 관리에 대한 충분한 논의 필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입 문턱을 낮출 것을 약속하면서 인터넷전문카드사가 등장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 촉진을 이끌 새로운 '메기'의 출현이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업계 내 출혈경쟁이 예상된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금융업 진입장벽에 대한 완화의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간담회는 핀테크 사업 특수성을 고려해 인터넷전문카드사 도입 등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핀테크 인허가 범위를 스몰라이센스로 개편하고 핀테크의 사업범위 확대를 요청한 셈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예대마진으로 이자수익에만 골몰하는 은행의 영업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핀테크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카드사 도입을 요구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카드사는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비대면 온라인 채널로 영업하는 카드사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 지분을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지만 정부는 지난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해 비금융주력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총수의 34%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진입이 가능하게 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카드사가 등장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카드상품이나 서비스 선택, 혜택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카드업계에서 혜택 감소 등 문제점이 발생한 만큼 신규 사업자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쟁을 통해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의 확대 또는 대출금리 인하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과거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이 신용카드업 진출에 뜻을 밝혀온 만큼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카드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드업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직접 진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토스뱅크 역시 출범 당시부터 신용카드업 겸영 허가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업 겸영 허가 조건을 일부 완화한 만큼 이들이 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제2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도 은행·신용카드·신용정보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업 진출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금융당국과 핀테크 업계의 이 같은 논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쟁사가 늘어나면 이미 감소하고 있는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카드업계의 수익성은 지난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5대 주요 카드사(신한·삼성·국민·우리·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2조393억원으로 전년(2조965억원) 대비 2.7%포인트 감소했다.
이미 활성화된 대형 플랫폼을 보유중인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서면 카드사들은 당연히 경쟁력 면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나온다. 업계 내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카드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인 데다 조달비용 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수익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기존 카드사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험이 부족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는 물론 리스크 및 유동성 관리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