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 물량 적어 수익성 낮은 영향···유찰 빈번해지며 사업 일정 지연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까닭에 시공사 선정에서 난항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장이 서울에서 단기간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대비 규제 문턱이 낮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 된 영향이다. 다만 최근 들어선 주택시장 불황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단점 때문에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으며 강점이던 속도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16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7개월 전인 지난해 4월 134곳이었던 점에 견주어보면 24%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2020년 6월만 하더라도 사업장이 60여곳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2년 반동안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인기를 끌어온 이유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비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등의 절차가 재건축 대비 간소화됨에 따라 사업 수행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애초에 노후한 불량 건축물이 밀집된 가로구역에서 기존의 도로 형태를 유지하면서 노후주택을 소규모로 정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 대비 사업 규모가 작다.

뿐만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단계가 생략돼 전체 소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또한 규모가 커 이해관계 갈등이 많은 재건축, 재개발과 달리 조합원 인원수가 적은 만큼 갈등도 적어 평균적으로 5년 이내에 사업이 마무리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공동주택 높이가 7층 이하(공공임대 진행시 최대 15층까지)만 가능했다가 층수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해당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층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변경한 점도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는 데 보탬이 됐다.

이처럼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이점 때문에 추진 사업장은 늘어가지만 시공사 선정에는 애먹는 모습이다. 규모가 작다는 특성상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사업성이 좋지 않고, 가구수가 적다 보니 단지 내 부대시설이 미미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 분양의 한계로 꼽히며 건설사들의 시공 선호 의지가 낮아진 영향이다. 불과 1~2년 전 주택시장이 한창 호황기여서 대형건설사들까지 달려들던 것과는 분위기가 딴 판이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강북구 미아2구역에 이어, 이달 들어서는 미아3구역까지 시공사 선정 절차에서 유찰을 거듭하며 고전하고 있다. 미아2구역은 지난해 8월과 이달 15일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일정에 나섰지만 모두 유찰의 아픔을 겪게 됐다. 미아3구역도 이날 두 번째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업계에서는 첫 번째 현장 설명회때와 마찬가지로 건설사들의 호응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사업장 모두 지하 2층~최고 지상 15층 규모의 각각 200여 세대 단지를 짓는 것을 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치도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과 가까운데다 북서울꿈의숲도 지척에 있고 인근에는 송중초, 영훈국제중·영훈고, 창문여고 등이 있어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재건축 규제가 예년 대비 대폭 완화된 점도 가로주택 정비사업 시장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규모가 작아도 사업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활성화됐지만, 최근 재건축 규제가 풀린만큼 초기 사업장들이 재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로주택 정비사업도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자체에서 소규모 가로주택을 난립하기보다는 정비사업을 더 큰 규모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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