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했지만···사정기관, 신한금융부터 조사
정부 '외형확장 말고 사회공헌도 높여라' 압박
우리금융, 자본 늘려도 M&A 어려울 수 있단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정부 사정기관들의 칼끝이 은행권으로 향하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정부가 은행권에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를 줄이고 건전성 개선과 함께 사회공헌도를 높이도록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본다. 이에 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금융지주를 포함해 은행 9곳에 대해 정기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정기 검사는 금융사 특성, 규모, 시장 영향력을 감안해 2~5년 주기로 이뤄지는 대규모 검사다. 통상적으로 3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돼 한 달가량의 기간 동안 진행된다. 첫 검사 대상은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주요은행 6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및 수수료 등 담합 여부도 조사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았다. 정부 기관 총 세 곳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셈이다. 사정기관들이 신한금융부터 조사에 들어간 것은 예상 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외압이 아닌 스스로 세대교체를 이뤄낸 곳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권 개혁을 위해 주요 금융지주 핵심 임원들의 교체를 원했고, 신한은 정부의 기대를 만족시켰단 평가다.
업계에선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세대교체를 스스로 잘 마무리한 신한도 이만큼 조사받으니 나머지 금융지주들도 알아서 굽히라는 메시지로 판단된다”라며 “결국 정부는 과도한 이자장사나 외형적 성장에 몰두하지 말고 건전성을 개선하고 사회공헌도를 높이라고 은행권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란 목소리 나온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가 그룹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실적발표회에서부터 중형급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유안타·교보·SK·이베스트증권 등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있어 걸림돌은 자본여력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1.5%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낮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중형급 증권사를 인수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1%포인트 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금융은 자본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소한의 리스크(위험가중자산) 확대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당분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핵심 수익원은 결국 이자자산이다. 예대금리차를 키워 이자이익을 더 늘리면 금융당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또 자본 여력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자본을 외형 확장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내정자의 역량에 따라 증권사 인수 성공 시점도 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외부 출신으로 우리금융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임 내정자가 증권사 인수에 대한 필요성을 현 정부의 핵심 인물들에게 잘 피력한다면 실탄은 충분한데도 인수를 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새 제도를 도입해 금융지주로 하여금 자본을 더 쌓도록 하기로 결정한 점도 M&A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며 “다만 증권사를 인수하면 금융지주는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에 중장기적으론 증권사 인수가 당국의 방침과도 부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