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 전매제한 이달 입법 예고···‘법률 개정’ 실거주 의무 폐지는 지지부진
다른 법개정 필요한 제도도 국회 논의 멈춰···청약 당첨자 등 주택시장 혼란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등 부동산 정책이 지지부진한 입법 절차 때문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면서 국회에도 주택 수요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야당에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수도권 여론을 감안했을 때 강하게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부동산 대책에서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지역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해제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5~10년 전매제한 규제와 2~3년 실거주 의무 등에서 벗어난다.

정부는 또 남은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는 폐지하기로 했다. 전매제한 기한은 수도권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각각 줄였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매제한 단축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대책이다. 청약 당첨자의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투자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이 수월해진다. 부동산 거래에 큰 영향을 주는 제도들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책이 엇박자를 낼 조짐이 보인다. 정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전매제한 완화는 이달 중 시행 예정인 반면, 법률을 고쳐야 하는 실거주 의무 폐지는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유경준 의원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제외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소급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월 임시국회에선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다른 부동산 관련 사안들도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안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입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지난달에서야 국토위에 상정됐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취득세 완화안도 야당 반대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8%인 2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해 1주택자에 적용하는 기본세율(1-3%)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3주택자 이상 및 법인의 취득세도 줄여주기로 했지만, 야당에선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단 비판을 내놓으며 논의가 꽉 막혀있다. 

이에 일각에선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규제지역 해제 이전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분양가상한제 주택은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초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 이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주택도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다고 밝힌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 규제 완화 시점과 맞물려 분양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상당수 아파트단지 청약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예를들어 전매제한 완화로 청약 당첨 후 1년 만에 집을 판 이후에도 실거주 의무가 남아 어 수 없이 세입자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정부 정책만 믿고 전세입자를 들여 잔금 계획을 세웠을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분양시장 전반에 혼란 우려가 커지면서 법안을 논의할 국회 내 움직임이 주목된다. 실제 상당수 국토위 의원실은 실거주 법안 관련 민원 전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이 안 돼 있다. 야당 내 반응도 예상하기 어렵다. 그간 야당에서 실거주 의무 부분을 강화해 놓은 측면이 있어서 반대도 예상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후 통과를 요구하는 관련 민원인들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실거주 법안 문의 전화가 매우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아직 당론으로 정확하게 정해진 부분은 없다”며 “당 내부에서 좀 더 논의를 한 뒤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지금과 같은 소강상태를 유지하면 야당에서도 법 통과에 크게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위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시장 혼란 우려나 지역 내 민원 등을 감안할 때 강하게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지역 내 민원을 감안했을 때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정부 규제 완화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 야당 내에서 우려하는 투기 수요를 자극한단 우려가 커질 수 있단 점은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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