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하나銀, 동남아 법인 실적 개선
KB국민은행, 홀로 실적 부진···부코핀은행 적자 심화 영향
“부실 자산 정리 후 2025년 흑자 전환 예상”

시중은행 동남아시아 법인 해외실적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중은행 동남아시아 법인 연간 순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의 해외법인 실적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이 줄곧 적자를 지속하며 동남아 실적이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 신한·우리·하나은행 동남아 법인 실적 ‘쑥’···엔데믹 기저효과 영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 동남아시아 법인 3곳(신한캄보디아은행, 신한베트남은행,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2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494억원) 대비 56.6% 증가한 규모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법인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25억원으로 2021년 말 7100만원에서 무려 170배 이상 성장했다. 신한베트남은행 역시 2021년 1292억원에서 지난해 1978억원으로 1년 새 53.1%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법인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며 “특히 베트남 법인의 경우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면서 현지화에 주력한 점이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역시 동남아 법인 성장세가 뚜렷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우리웰스뱅크필리핀, 베트남우리은행, 캄보디아우리은행 등 5곳의 동남아시아 거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동남아 5개 법인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942억원으로 전년(1257억원)보다 54.5%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84억원으로 전년(473억원) 대비 44.6% 성장했다. 베트남우리은행도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131.1% 급증한 632억원을 기록했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의 경우 2021년 3억4700만원에서 지난해 19억3700만원으로 1년 만에 5배 이상 순익이 증가했다. 2022년 1월 상업은행으로 출범한 캄보디아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488억원)보다 22.7% 증가한 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측은 지역별 맞춤형 성장전략을 추진한 점이 동남아 법인 순익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4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합병을 시작으로 2015년 미얀마 여신전문금융사 신설, 2016년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인수, 2017년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2018년 캄보디아 WB파이낸스 인수 등 발 빠른 움직임으로 탄탄한 해외 영업 기반을 마련해왔다”며 “미얀마의 경우는 2022년도 코로나 등이 완화되면서 기저효과로 인해 수익 증가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맞춤형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동남아 3대 법인인 인도네시아법인, 베트남법인, 캄보디아법인 현지 영업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글로벌 전체 손익에서 3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이 전년(175억원) 대비 194.3% 증가한 516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 부코핀은행 적자 3배 확대···“부실자산 정리 과정에서 적자 심화”

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여타 시중은행과 달리 적자 규모가 불어나며 동남아 법인의 실적이 나홀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동남아 법인 5곳(KB캄보디아은행,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KB부코핀은행, KB미얀마은행)의 연간 순손실은 5571억원으로 지난해 647억원 손실에서 적자가 심화됐다.

캄보디아 법인의 경우 전년 대비 순익이 증가했지만 KB부코핀은행의 영업적자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이 동남아 법인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KB부코핀은행은 지난해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전 2725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적자 폭이 3배 가까이 확대됐다. 미얀마 법인 역시 전년(-30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축소되긴 했으나 지난해 1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할 당시 부실 은행임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흑자 전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탑라인 성장 및 부실 정리가 지연됐다”며 “지난해에는 우량 자산 집중 확대를 통한 성장 기반 재건을 위해 잔여 부실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 당시 부실 은행으로 정상화까지 긴 호흡으로 경영 중인 상태”라며 “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은 2025년 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며 그룹 ROE에 기여는 2026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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