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2일까지 제약사에 자료 제출 요청···히알루론산 제조업체들, 작년부터 재평가 대비
“임상적 유용성 입증 쉽지 않다” 전망···재평가 합리화 연구와 약가인하 등 변수 지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해 급여재평가 막이 올라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연간 청구액이 2300억원대인 ‘히알루론산’ 점안제 제조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대응책을 논의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하순 올해 급여재평가 대상 제약사에 공문을 보내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자료 요청 시한은 오는 22일이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올해 급여재평가 대상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와 ‘레바미피드’, ‘리마프로스트알파덱스’, ‘록소프로펜나트륨’, ‘레보설피리드’, ‘에피나스틴염산염’ 등 6개 성분으로 파악됐다.
심평원이 제약사에 요청한 자료 핵심은 해당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임상적 유용성 자료에는 의대 수업에서 활용하는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급여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이 요청한 자료에는 약제의 사회적 요구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급여재평가에는 연간 청구액이 2300억원대 규모인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의 점안제가 포함돼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의 평균 청구금액은 231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51개 제약사 427개 품목이 급여재평가 대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도 있지만 중견 제약사나 중소제약사들이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를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 업체는 해당 약제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급여재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태준제약 ‘뉴히알유니점안액0.15%’와 대우제약 ‘히알산’, 국제약품 ‘큐알론’, 한미약품 ‘히알루미니’ 등이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주요 품목군으로 파악된다. 이들 품목의 연간 원외처방금액은 1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제약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모 대형로펌과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을 준비해왔다. 그만큼 해당 제약사들에게 급여재평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생산과 영업은 제약사 전문이지만 급여재평가는 로펌이 정보도 많이 갖고 있고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심평원은 해당 제약사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으면 실무검토와 자문회의를 거쳐 상반기 내로 평가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어 오는 7월 경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결론을 내고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10월 경 2차 약평위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재평가 핵심은 앞서 언급대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이다. 하지만 복지부 급여재평가 대상에 선정된 것은 일단 임상적 유용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재평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려면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 방법이긴 하지만 급여재평가 기간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 등 기존 자료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주장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이후 재평가 대상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복지부가 2300억원대 처방 규모를 부담스럽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결정적 자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향후 복지부와 심평원 급여재평가를 지켜보며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제기된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오는 4월 마무리 예정인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합리화 방안 연구’ 결과다. 일단 급여재평가는 시작됐지만 평가 받는 업체 등 여러 이해당사자 입장을 감안한 개선안이 도출되면 또 다른 결과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진행될 급여재평가가 이제 자료 제출로 시작된 상황”이라며 “벌써부터 재평가 결과를 예단할 필요는 없고 변수는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대상 급여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해당 제약사들이 선택할 카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자진약가인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재평가 과정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지만 복지부가 자진약가인하를 업체에게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평가 대상 제약사가 먼저 약가인하를 제안하는 방안 등 선택지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도 막이 오른 급여재평가에서 2300억원대 규모의 히알루론산 제조업체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급여재평가 결과를 성급하게 전망하기도 하지만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업체들 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2일까지 그동안 준비한 자료 제출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전략은 이후 검토할 예정”이라며 “급여재평가 합리화 방안 연구에서도 글자 그대로 합리적 방안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