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免 국내 면세점 중 유일하게 인천공항 사업권 입찰서 탈락
김주남 대표, 취임부터 유죄···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돌파 전략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하늘길이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점들이 인천국제공항 입찰에 적극 나선 가운데 국내 기업 중에서는 롯데면세점만 후보에서 탈락 고배를 마셨다.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을 제외하면 국내 면세점 중에서는 유일하다. 면세점 1위 기업인 롯데면세점이 2위인 신라면세점에 선두권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올 초 취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주남 대표가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면세사업권 입찰 결과에 따르면, 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 2와 패션·부티크를 취급하는 DF3, 4 모두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가 후보로 선정됐다. 부티크 전용 사업권인 DF5는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백화점면세점, 호텔신라가 심사 대상 사업자로 통보됐다.
DF1, 2, 5 등 세 구역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던 롯데면세점은 후보에서 탈락했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 구역은 향후 10년간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10년간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국내 면세점 업계 판도도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국내 면세기업은 지난 2021년 매출 기준 롯데면세점이 3조718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신라면세점이 3조3400억원, 신세계면세점(2조7000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1조6000억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면세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롯데면세점은 신라와 신세계에 비해 20%가량 낮은 입찰 금액을 써내면서 후보에서 탈락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입찰에서 인두세 기준 신라면세점은 DF1 구역에 8987원, DF2에 9163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 다음으로는 신세계면세점이 DF1에 8250원, DF2에 9020원을 적어냈다. CDFG는 DF1에 7388원, DF2는 7833원을 써낸 반면 롯데면세점은 DF1에 6738원과 DF2에 7244원을 적어내 가장 적은 금액을 제출했다. 인두세는 사람수에 맞춰 걷는 세금을 의미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부에서 수익성, 산업 전망 등을 고려해 베팅했는데 다른 경쟁사들이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다”면서 “인천공항은 매출규모나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업장으로, 롯데면세점이 사업할 수 있는 기회를 뺏겨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특허심사는 DF1→DF2→DF3→DF4→DF5 순으로 진행하며, 신청업체는 2개 이상 사업권에 특허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룹별 1개의 사업권에서만 특허권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신라와 신세계는 이변이 없는 한 DF1~2사업권과 DF3~4 사업권에서 각 한곳씩 2곳을 나눠가지게 되며 DF5는 현대백화점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항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10%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라면세점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써 취임한지 3개월차를 맞은 김주남 대표 어깨도 무거워졌다. 김 대표는 취임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대표가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 때문으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김 대표 측은 1심 결과 검토 후 항소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을 제외하면 시내면세점은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부산점, 제주점 등 4곳과 김포, 김해, 제주공항점만 보유하게 된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아직 업황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무엇보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매출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향후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도 중점 역할을 하게 된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침표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이 99%인 호텔롯데가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의 롯데그룹 지배력을 줄이는 핵심 작업이 곧 호텔롯데의 IPO라는 점에서 내부에서도 호텔롯데 IPO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텔롯데는 면세점의 글로벌 시장 확대로 IPO 기회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일본, 미국,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등 글로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롯데면세점은 온오프라인 채널 통합 서비스 옴니서비스와 실물 여권 없이 스마트폰 인증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분산 신분 증명을 업계 최초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다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사업장을 경쟁사에게 뺏긴 만큼, 재원을 시내면세점이나 글로벌에 투자해서 매출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시내면세점 확대보다는 해외 글로벌 공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