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사상 초유의 약세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집값 폭등세가 당연시됐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제는 가격 급등이 아닌 급락에 따른 부동산시장 경착륙마저 고민해야할 형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새해 벽두부터 윤석열 정부는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일명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참고로 1.3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의 전면 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기준 폐지, 특별공급 분양가기준 폐지, 1주택 청약당첨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무순위 청약 자격요건 완화 등이 있다. 대책 곳곳에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이른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는 모양새를 보여 왔고, 장기적 관점에서도 예측가능한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평균 1년에 한 번씩 규제정책이 나왔고, 2년에 한 번씩 규제완화정책이 나왔을 정도로 말이다. 부동산 정책이 경기상황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 셈이다. 심지어 같은 정부 내에서조차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감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물론 부동산 정책은 경기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냉탕정책(규제정책)을 써야할 필요가 생기는 반면, 경기가 지나치게 침체돼 있다면 온탕정책(규제완화정책 내지 시장 활성화 정책)을 쓸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상황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특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직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0~40년을 돌이켜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정책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요동쳐왔다. 다만 시차가 있었을 뿐이었다.

정책의 변화에 따른 냉탕과 온탕효과가 부동산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한 맞춤식 부동산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다주택자의 경우다. 직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고강도 규제정책이었다. 이때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전략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세금규제가 강화될수록 다주택자의 조세부담이 커져가는 구조인 만큼 매각을 통해 주택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가능하다면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 다음으로, 자녀에게 부동산 증여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일반적인 증여보다는 대출을 끼워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 선호된다. 한편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9.13 부동산대책 이전에 매입한 주택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되면 거주주택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준시가 6억 원 이하의 주택일 경우 보유중일 때는 물론, 처분 시에도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새로운 주택을 취득한 경우라면 설령 임대사업자등록을 하더라도 종합부동산세가 합산과세되고,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주택임대사업자 개정안(혜택 전면복원)이 실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수요자의 경우다. 가수요는 실수요가 아닌 투자 내지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크게 대출을 활용해 매입하는 레버리지투자와 전세보증금을 껴안고 매입하는 갭투자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레버리지투자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대출규제안이 아직 살아있고, 무엇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른 만큼 사실상 취득단계에서부터 차단된 모양새다. 물론 갭투자의 경우도 상황이 녹녹치 않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하락한 가운데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수요자라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금리추이를 지켜보고, 수요가 풍부한 유망단지 내 급매물 중심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우선해 제공하려고 한다. 따라서 실거주목적의 무주택자라면 관심지역을 고른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될 신규 분양아파트에 초점을 맞춰 청약통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다만 청약 1순위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라면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절세용 매물이나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으로 밀려나온 급매물 내지 급급매물을 노리는 전략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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