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 금리 하락·SVB 파산 따른 수요 증가
주변 대기자금까지 흡수···산업은행, 연 3.3% 1개월 정기예금 선봬
카카오·케이·신한 연 3% 금리 제공···오는 4월부터 1개월 적금 출시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시장 수요 높아 시중은행 간 고객 유치 위한 경쟁 불가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1개월 단기예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단기 예금으로 인기를 끌었던 파킹통장 금리가 최근 하락하면서 1개월 단기예금 상품 수요가 증가했고 SVB 파산 사태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주변의 대기자금까지 흡수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신금리가 가장 높은 1개월 단기예금 금융상품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현재 최고 금리 1개월 단기예금 상품은 KDB산업은행의 정기예금이다. 1개월 단기예금이란 만기를 1개월로도 설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KDB산업은행 상품의 경우 만기를 1개월로 설정해도 연 3.3% 금리를 지급한다.
최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신한은행도 1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연 3.0%의 금리를 책정했다. IBK기업은행은 개인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 정기예금의 최소 만기를 1개월로 두고 1개월 만기 선택시 금리는 연 2.95%를 제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출시한 퍼스트정기예금은 1개월 만기 연 2.6%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3%대 예금금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1개월로 설정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있었지만 1개월 만기 예금금리가 파킹통장보다 높아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과 인터넷은행 파킹통장 금리는 최근 2%대로 주저앉았다. SBI저축은행의 파킹통장 상품 '입출금통장'은 1억원 이하 금리를 기존 3.2%에서 지난달 16일 3.0%로, 지난 10일 2.8%로 두 번 내렸다. OK저축은행도 지난 6일 'OK읏백만통장Ⅱ' 501만~5000만원 금리를 연 3.3%에서 3.0%로 0.3%포인트 내렸다. 다올저축은행도 지난달 21일에 이어 지난 8일 'Fi 저축예금' 비대면 가입 상품 금리를 3.3%에서 3.1%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인터넷은행 파킹통장 금리도 모두 하락한지 오래다. 16일 기준 케이뱅크 연 2.7%, 카카오뱅크 연 2.6%로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토스뱅크 수시입출금통장 금리는 5000만원까지 2.2%, 500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 연 3.8%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오는 4월부터 은행에서 1개월 만기 단기적금을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적금 만기가 1개월로 짧아진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요구였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시장을 통해 다수 나왔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부터 출시될 1개월 단기 적금 경쟁을 주목하고 있다. 1개월 적금이 가능해지면 다양한 단기 목표를 위한 '30일 적금', 휴가·기념일 적금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20·30대 젊은층들에게 흥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6개월 적금'이 널리 알려져 있다.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26주 동안 자동이체 납입에 성공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대 7% 금리를 준다. 케이뱅크도 최소 30일에서 최대 200일까지 목표를 설정하면 500만원 이내에서 연 최고 4%에 목돈을 자동으로 모아주는 '챌린지 박스'를 운영 중이다.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도 6개월 만기 시 4%를 제공한다.
만기가 긴 적금의 경우 호흡이 길어 만기까지 채워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는데 1개월 만기 수준의 단기 적금들이 나온다면 짧은 호흡을 추구하는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단기 예·적금이 시장의 대기자금을 상당부분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변동을 비롯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대기자금 수요와 이번 SVB 파산 여파로 인한 주식시장 혼란이 겹치며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1개월 단기 예·적금 상품이 쏟아지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은행들 사이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