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김열홍 종양내과 교수 사장 영입···렉라자 병용요법 1차 치료제 임상 3상 주목 
GC녹십자, 정재욱 R&D부문장 승진···희귀질환 약에 비중, 업계 “허은철 대표 영향력 크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R&D(연구개발) 수장이 바뀌거나 공석을 메꾼 유한양행과 GC녹십자(매출순)가 향후 R&D 주력 분야와 품목에 있어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R&D 전담 사장으로 김열홍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선임했다. 김 사장은 고려대 의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해왔기 때문에 암 연구 및 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지정 폐암·유방암·난소암 유전체연구센터 소장과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고대 안암병원 암센터 센터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아시아암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는 김 사장이 암 연구 권위자라는 점을 들어 종양 분야 R&D에 특장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학계에서 수십년 활동한 의사라도 전체 질환에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본인 전공과 관심을 토대로 중점 분야가 예상되는데 김 사장은 전공인 종양 분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유한양행이 연구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3대 전략 질환군은 종양과 대사질환, CNS(중추신경계) 분야다. 

특히 현재 유한양행 R&D 현안이 ‘렉라자’이기 때문에 김 사장과 렉라자를 포함한 항암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레이저티닙’ 성분의 렉라자는 지난 2021년 1월 국내 개발 31호 신약으로 허가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렉라자는 1, 2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 투여 후 T790M 내성이 생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렉라자의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은 종료한 상태다.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에 대한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20.6개월, 대조군 게피니티브(상품명 이레사) 투여군은 9.7개월로 레이저티닙 투여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PFS를 개선시켰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렉라자 임상은 병용요법 즉 다른 약물과 같이 투여하는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이다.

이중 ‘아미반타맵’과 병용 임상인 ‘CHRYSALIS-2’와 ‘MARIPOSA-2’는 올해 안으로 종료돼 결과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MARIPOSA 임상 결과는 오는 2024년 상반기 공개가 예상된다. 이 3건의 병용요법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에서 긍정 결과가 나오면 1차 치료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진행 예정인 렉라자 병용요법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은 투자금액과 임상 범위 등에서 다른 신약후보물질보다 규모가 크다”며 “김 사장 역량이 렉라자 임상에서 일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렉라자를 제외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비교적 임상시험 단계가 낮다는 업계 전언이다. 실제 유한양행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13개 중 임상 1상에 착수한 ‘YH32367’을 제외한 12개 물질은 전임상단계로 파악된다. 참고로 YH32367 적응증은 HER2 발현고형암이다. 작용기전은 종양 내 HER2를 매개로 T세포, NK 세포의 4-1BB 활성을 유도해 항암 면역을 증가시키는 HER2/4-1BB 이중항체다. 이처럼 임상 초기에 머물고 있는 종양분야 파이프라인은 역설적으로 김 사장이 임상 진행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렉라자는 이제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이 끝나 중반전으로 볼 수 있다”며 “병용요법 1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 3상이 올해와 내년 진행되고 국내에서는 1차 치료제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하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김 사장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YH32367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엔허투’와 로슈 ‘허셉틴’을 경쟁제품으로 보는 물질”이라며 “향후 진행될 임상시험 틀을 잡는다는 차원에서 초기 임상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유한양행과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를 놓고 다투는 GC녹십자의 경우 지난해 7월 R&D부문장이던 김진 부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후 부문장이 공석으로 유지됐다. 이에 GC녹십자는 지난 1월 정재욱 RED 본부장을 R&D부문장에 승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재욱 부문장은 RED 본부장을 겸직한다. 1964년생인 정 부문장은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유기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퍼듀대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1998년 GSK 미국법인에 입사, 2020년 1월까지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 단체인 재미한인제약인협회 12대와 13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2월 GC녹십자에 입사해 목암생명과학연구소장을 맡았다. 

GC녹십자측은 정 부문장이 지난 1월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R&D에 있어 취임 이후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단, 정 부문장이 RED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희귀질환 연구에 비중을 뒀기 때문에 최근 R&D 무게중심이 희귀질환 치료제에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R&D에 역점을 두고 진행해왔다. 핵심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로 지난해 240억원대 원외처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2형 뮤코다당증’으로도 불리며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 헌터증후군은 예측하기 힘든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 조기 사망하는 유전병이다. 

올 들어 희귀질환 관련 성과도 이어지는 추세다. 1월에는 벤처업체 노벨파마와 공동 개발하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MPSIII A) 치료제가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어 2월 GC녹십자는 카탈리스트와 혈우병 등 희귀 혈액응고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산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회사는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MarzAA’를 포함, 파이프라인 총 3종을 인수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공을 들여왔던 GC녹십자가 올 들어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며 “공교롭게 R&D부문장 인사 후여서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업계는 GC녹십자 R&D를 허은철 대표가 직접 챙긴다는 점도 지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GSK에서 활동하던 정 부문장을 영입한 것도 허 대표이고 지난해 하반기 R&D부문장을 물색한 것도 허 대표로 파악된다”며 “사실상 허 대표가 R&D부문장이라고 할 정도로 직접 현안을 챙기기 때문에 현재 기조가 당분간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직접 영입했기 때문에 정 부문장에 대한 허 대표 신뢰는 두터운 편”이라며 “허 대표가 아이디어를 내서 구성한 RED 조직 책임자를 정 부문장에게 맡겼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최근 R&D 수장이 바뀐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기존 연구개발 기조를 유지하며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 비중이 더 실릴 것으로 예상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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