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신청 전국서 가장 높은 수준, 깡통전세도 주의해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4개월 간 서울과 인천의 집합건물 임차권등기 신청건수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최근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역인 인천 전세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지난달 말에는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고, 국토교통부는 해당 지역에 인천시 지역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정식 개소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임차권등기 신청건수는 급증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의 임차권설정등기 신청건수는 793건으로 집계됐다. 집합건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있는 지역은 서울인데, 임차권설정등기 신청은 인천이 서울을 앞질렀다. 특히 약 4개월 전과 증가율을 견주어보면 서울은 신청건수가 약 86% 가량 늘어나는 수준이었으나, 인천은 130%나 급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인천은 경기도 화성 등 집값이 급락하며 깡통전세가 속출한 경기도(513건)보다 무려 250건 이상 많다.

임차권설정등기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지만 집주인인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임차인이 이사를 가야할 경우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우선변제권은 살아있게 된다.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을 보호하는 좋은 정책이지만 달리 말하면 임차권등기 신청건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위험한 임차인이 가장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치구별로 나누면 서구, 부평구, 미추홀구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천은 2년 전 전국 집값상승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집값이 치솟다가 꺼지면서 깡통전세 위험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과 경기, 인천 아파트에서 지난해 4분기 거래된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인천은 전세가 이하로 매매된 아파트의 비율이 48%로 매우 높았다.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다음 세입자 보증금을 통해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기 곤란한 상황이다. 반면 같은기간 서울은 6%로 깡통전세의 위험이 매우 낮았다.

업계에서는 월세 부담이 증가하고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대비 전세를 찾는 수요는 증가했지만 깡통전세 위험도 여전한 만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토부가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 이하 주택으로 조정하는 등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세사기 피해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영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난 1월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대위변제액이 16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23억원)에 비해 224%나 급증한 데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선 안된다”며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인만큼 전세가율과 함께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면밀하게 보는 과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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