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취급액 6275억…전분기比 71.9% ‘급감’
여전채 금리 급등 영향
전업계 카드사 중 4곳,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취급 안해

카드업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출 문턱 높이기에 분주하다. 중·저신용자들의 이용 비중이 높은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드는가 하면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등 대출 취급을 전반적으로 옥죄는 추세다.

1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총 6275억원으로 전분기(2조2326억원) 대비 71.9%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3분기부터 취급액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3분기 당시 감소율이 –14.1%였던 것과 비교하면 4분기 들어 하락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진 셈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비씨카드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비씨카드의 지난해 4분기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33억원으로 3분기 347억원에서 90% 줄었다. 뒤이어 KB국민카드가 지난해 3분기 3434억원에서 3개월 만에 657억원으로 80.1% 줄어들며 두 번째로 높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우리카드(-78.9%), 삼성카드(-76.3%)와 롯데카드(-73.5%), 현대카드(-72.6%) 등도 전분기 대비 취급액이 70% 이상 줄어들었다.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4분기 들어 급격히 감소한 데에는 11월부터 여전채 금리가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지난 10월 사상 처음 6%를 돌파한 이후 11월 초에는 6.088%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금리 상한 11.29% 이하로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고객을 취급하는 대출을 중금리대출로 간주한다. 여전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이전에 중금리 구간에 속하던 대출의 상당 부분이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요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 들어 여전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르다 보니 중금리대출 요건에 맞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취급도 줄여가고 있다. 1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신용대출 취급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우리·하나·비씨카드 등 대다수의 카드사가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고객에게는 신용대출을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말 기준 카드업계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4.93~17.04% 수준으로 평균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0%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카드사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중·저신용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카드사의 대출 금리 상승은 중·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탓에 저신용자 대상으로는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 저신용자 대출은 부실 위험이 높은 반면 그런 위험 비용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는 탓에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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