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식별코드’ 삽입 제도 1년 유예 후 재차 연장 검토

주요 사업자별 스팸문자 발송량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주요 사업자별 스팸문자 발송량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스팸문자 ‘식별코드’ 삽입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하고도, 재차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적용 대상 사업자들이 기술 개발을 끝내지 못해서다.이어지는 제도 시행 지연에 정부가 스팸문자 발송으로 이득을 보는 KT와 LG유플러스 등 사업자들을 봐주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달 시행하려던 문자메시지 사업자별 고유 ‘식별코드’ 삽입 제도를 또 다시 유예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중이다. 이 제도는 규제 대상 사업자 시스템 개발 시간을 고려해 이미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쳤다. 

올초 과기정통부와 KISA가 식별코드 삽입 시스템 개발 및 개정고시 적용 시점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재판매사들은 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더 걸린다며 유예기간 연장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LG유플러스 등 일부 문자중계사도 식별코드 미삽입 문자를 차단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단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제도 시행이 미뤄지면서 스팸문자로 인한 피해는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KISA가 지난해 상반기 신고를 받거나 적발한 스팸문자는 799만5642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707만3857건) 대비 13%(92만1785건), 2021년 하반기(634만4494건) 대비 26% 늘었다.

이 기간 스팸문자 중 85.1%(680만4923건)는 국내에서 발송됐는데, 사업자별로 보면 KT와 LG유플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5%(238만2262건)와 25.1%(171만1215건)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2021년 하반기 대비 각각 0.2%포인트와 3.3%포인트 늘었다. 

한 문자중계사 관계자는 “대부분 중계사들은 정부 계획에 맞춰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이를 위해 다른 개발 프로젝트를 미루고 예산을 투자했는데, 연기되니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계속 유예하는 것을 보니 올해말이 되더라도 재판매사 등은 시스템 개발을 안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속 밀리다 보면, 제도는 흐지브지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도 적용 대상은 문자중계사업자(문자중계사)와 문자재판매사업자(재판매사) 등 ‘특수부가통신사업자’로, 각각 이동통신사 망과 직접 연동해 문자를 발송하는 KT·LG유플러스·다우기술 등 9개 사업자와 문자중계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840여개(2021년 10월 기준) 사업자가 해당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들이 대량 발송하는 문자메시지의 전송규격에 최초 발신 문자사업자의 식별코드를 삽입하도록 시스템 개발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최초 스팸문자 발송자를 빠르게 찾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팸문자 발송 중지를 위해선 스팸문자 신고 접수 후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 재판매사 등을 거쳐 최초 발송자를 찾아야 했다. 이같은 절차를 따르면 스팸문자 신고부터 최초 전송자 추적 및 이용중지까지 최대 7일이 걸리지만, 식별코드 삽입 시 2일로 단축될 수 있단 게 정부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이 밀리는 동안에 (KT와 LG유플러스 등이) 계속 스팸문자를 보내 매출을 올리겠단 전략이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행정처분 등을 통해)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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