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주 간 갈등, 이사회 주도권 싸움으로 확대
우호 지분 확보경쟁 격화···OK저축은행 행보 주목

전북 전주 JB금융지주 사옥 / 사진=J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 삼양사와 2대주주 얼라인파트너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얼라인은 삼양사 측 사외이사의 연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에서 단순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이사회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얼라인의 요구가 주총에서 받아들여지면 이사회에서 삼양사의 입지는 큰 타격을 받기에 두 주주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인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은 최근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정정공시를 통해 JB금융의 성제환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 이사가 과거 삼양사와 SK케미칼의 합작 화학사인 휴비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 이사는 지난 2021년 3월 JB금융 이사회에 입성해 2년 임기를 마치고 이달 30일 열리는 주총에서 추가 임기 여부를 묻는다. 

이번 얼라인의 결정으로 삼양사를 핵심으로 한 JB금융 이사회와 얼라인은 배당정책을 넘어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형국이 됐다. 당초 얼라인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것은 JB금융의 배당 확대와 김기석 전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서울지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기존 사외이사 중 삼양사 측 인물로 분류되는 성 이사의 연임 반대를 추가로 내세운 것이다.  

삼양사가 JB금융 이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크다. 이사회 9인의 구성원 가운데 3명이 삼양사 측 인물로 분류된다. 김지섭 기타비상무이사는 삼양사가 추천한 인물이다. 사내이사인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삼양사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얼라인이 문제 삼은 성 이사도 친(親)삼양사 인사다. 그는 2009년 전북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삼양사와 인연을 시작했다. 휴비스 사외이사로 추천한 곳도 삼양사다. 

얼라인이 주총에서 우호세력을 대거 확보해 성 이사 연임이 좌절되면 삼양사는 이사회 영향력은 줄어든다. 여기에 얼라인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 전 지점장이 주총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 이사회에 입성하면 삼양사의 입지는 큰 타격을 입는다.

/자료=JB금융지주·얼라인파트너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양사(지분율 14.61%)와 얼라인(14%)은 지분 차이가 1%포인트도 채 되지 않기에 주총서 표결 싸움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 주주인 OK저축은행(10.21%)과 더캐피탈그룹(5.11%)을 누가 우호 세력으로 끌어안느냐가 표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점쳐진다. OK저축은행은 최근 3년간 지분을 꾸준히 확보해 3대 주주위치까지 올라섰다. 더캐피탈그룹은 JB금융의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지난 1월 장내서 지분을 대거 확보해 5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삼양사와 얼라인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얼라인은 새해가 밝자마자 은행권을 향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시장에선 얼라인이 2대 주주인 JB금융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JB금융도 2022년 회계기준 총 배당성향을 국내 은행권 최고 수준인 27%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얼라인은 JB금융의 정책에 크게 실망했다. 특히 JB금융이 발표한 자본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J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 목표 관리 수준을 13%로 정하고 연간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7~8%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주주환원율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 얼라인의 주장이다. 이에 얼라인은 배당성향을 33%로 대폭 늘릴 것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삼양사가 주축인 JB금융의 이사회는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를 통해 얼라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배당을 크게 늘리는 것은 JB금융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성장성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얼라인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건에 대해서도 “전문성과 이사회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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