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핵심 협력사 '마카롱택시' 파산 신청···경영난 심화
모회사 KST모빌리티도 파산 위기···"전 직원 권고사직"
양사 협력한 '셔클'·'엠바이브' 등 현대차 신사업 성과 주목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미래 모빌리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4곳의 분사 소식과 주요 파트너사인 KST모빌리티 자회사 '마카롱택시'의 파산 신청 사실이 같은 날 공개되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망 스타트업 4곳이 성장해 독립 기업으로 분사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공간별 맞춤 음악 재생 '어플레이즈', 선복 공유·거래 플랫폼 '서프컴퍼니', 차량 부품 잔여 수명 예측 솔루션 '카레딧' 등 4곳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현대차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조직인 '제로원'이 발굴해 육성했다.
반면 이날은 현대차의 주요 투자사이자 파트너인 마카롱택시의 파산 신청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김충식 마카롱택시 대표는 극심한 경영난에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에 마카롱택시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카롱택시는 기존 택시 규제 틀 안에서 유아용 카시트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위해 2019년 출범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다. 2020년 기준 가맹택시 1만2000대를 운영해 당시 1만6000대를 운영한 카카오T블루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보유 면허를 반값에 매물로 내놨지만 이조차도 팔리지 않아 자금난을 겪었다.
모회사 KST모빌리티의 상황도 심각하다. 최근 KST모빌리티는 전 직원에 대해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2017년 설립 이후 적자가 계속되면서 경영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카롱택시에 대한 가맹사업도 등록취소 절차를 마쳤다. 업계에선 KST모빌리티도 조만간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KST모빌리티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여러 투자사로부터 누적 26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2019년 6월 현대·기아차는 각가 40억원, 10억원을 투입해 지분 7.21%, 1.8%를 각각 확보하며 주요 주주에 올랐다.
현대차와 KST모빌리티는 투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업에 돌입했다. 자율주행·커넥티드·전동화·공유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현대차가 KST모빌리티를 주요 파트너로 택한 것이다.
양사가 가장 먼저 집중한 분야는 택시 호출 서비스다. 지난 2019년 11월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AI 수요응답형 대형 승합택시 '셔클'을 시범 운행했다. 고객이 반경 2km 수준 서비스 지역 내에서 호출하면 운전자가 실시간 생성되는 최적 경로에 따라 운행하는 서비스로, 현대차의 11인승 승합차 '쏠라티' 개조 차량이 활용됐다. 2020년 서울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2021년 세종시 1생활권, 파주시 운전신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최근 현대차는 1654개에 달하는 전국의 법인 택시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셔클 사업 확대를 추진에 나섰다. 셔클 플랫폼에 택시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택시업계 유인을 위한 무료 택시호출 서비스·통합 요금제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ST모빌리티는 현대차의 또 하나의 핵심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실증도 맡았다. 마카롱택시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을 기반으로 국내에 없었던 전기택시 배터리 리스·교환 사업을 진행했다.
현대차와 KST모빌리티는 반려동물 택시사업도 공동 운영했다. 기아 '레이 EV'로 반려동물의 이동, 의료, 미용, 숙박을 돕는 모빌리티 서비스 '엠바이브(M.VIBE)'는 2021년 4개월간 시범 운영됐다.
이처럼 양사가 함께 진행한 분야는 모두 현대차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분야다. 핵심 투자사이자 협력사인 KST모빌리티가 파산하게 되면 현대차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KST모빌리티는 현대차의 핵심 투자 포트폴리오사"라며 "자회사는 파산을 신청했지만 아직 모기업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셔클, 엠바이브 등 신사업에 대해서는 "마카롱택시 외에 다른 기업들과도 협업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차질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