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우려 탓···주택사업 일변도서 벗어나 수익 다각화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건설사들이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이달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사업 추가를 예고하고 나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이달 중순부터 건설업계의 주주총회가 도래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사업 확대를 통한 경영 안정화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은 물론,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잇따르면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삼성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이달 중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안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정관 변경을 통해 신사업을 추가하는 건설사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각 사마다 방향성이 맞는 환경사업을 확대하거나 기존사업과 연관성,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신사업 영역 추가했다.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오는 23일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이하 PPA) 사업을 추가할 것을 예고했다. PPA란 전력생산자(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구매자(전기사용자)가 사전에 동의된 기간 동안 합의된 가격으로 전략 구매를 고정 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 사이에 한국전력이 끼어 계약을 중개하는 제3자 PPA를 시행해왔지만, 직접PPA는 단어 그대로 직접 체결하는 전력구매계약이다. 전력거래 과정에 한전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력 판매가 독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특징이 있다. 전력 판매시장의 개방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 외 신사업에 사활을 거는 건 대형사보다 중견건설사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신공영은 전자상거래·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데이터센터 구축·판매·운영·임대 사업을 신규 사업에 추가할 것을 예고했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올해 안에 탄산리튬 라인을 증설하는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보성그룹의 부동산 개발 시행업체인 보성산업도 최근 미래전략사업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선정하고 데이터센터 파크팀을 신설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중견 건설사 할 것 없이 신사업을 추가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을 두고 주택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인 것으로 해석한다. 원자잿값 상승에 지난해 하반기 큰 폭의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주택 분양시장이 침체기를 맞게 됐고 유동성 위기가 커진 영향이다. 금리인상 국면이 끝나더라도 주택시장 경기가 부침이 심해 주택사업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큰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직전달 대비 14.7p 상승한 78.4p를 기록했으나, 업계는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지수가 60선 아래로 떨어진 뒤 11월에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52.5를 나타내는 등 매우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나마 올해 1월에 9.4p 회복하고 2월에도 14.7p 회복해 9개월 만에 다시 70선을 기록한 수준이지만 아직도 기준선인 100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의 경우 원자잿값 상승과 공기 지연으로 예상 원가율이 94%까지 치솟은 수준”이라며 “매출원가가 상승할 경우 이익 감소로 직결되고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그나마 낫다지만 지방은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지방 기반의 건설사는 특히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는 게 불가피하다. 당분간은 주택 비중을 축소하고 신사업 비중을 늘리는 건설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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