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결정 직후 계열사 사내이사에 ‘사임계’ 제출 지시
KT 내부선 “CEO도 아닌데 CEO 노릇”

윤경림 KT 대표이사(CEO) 후보자 / 사진 = KT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윤경림 KT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CEO로서 정식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인사를 추진하며 ‘코드인사’, ‘보복성인사’ 등 구설에 휘말렸다. 검찰이 구현모 KT 대표와 윤경림 후보자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를 개시했고, 주요 주주들이 윤경림 후보자의 CEO 선임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인사를 한단 비판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는 CEO 후보자로 결정된 직후 계열사 사내이사를 대상으로 사임계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이 3주 남은 시점에서 인사를 먼저 추진하겠단 의지로 읽힌다. 계열사 중 KT스카이라이프 대표에는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내정했다. 

KT는 윤정식 부회장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직 내정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단 점을 강조했지만, 윤정식 내정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여당에 잘 보이기 위한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정식 내정자는 지난 12일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직을 고사했다.

윤경림 후보자가 KT스카이라이프 대표직 인사를 서두른 것을 두고 경쟁자를 우선 제거하기 위한 ‘보복성인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신업계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김철수 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지난 ‘CEO 경선’ 과정에서 윤경림 후보자와 경쟁을 펼쳤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진행된 ‘차기 CEO 복수 후보 심사’ 과정에선 구 대표와 함께 최종 심사 대상자 3인에 올라 면접 심사를 받기도 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윤경림 사장이 아직 KT CEO로 선임된 것도 아닌데, CEO가 된 것마냥 서둘러 사장단 인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다른 계열사 사내이사들은 연말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KT스카이라이프만 중간에 교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 주총에서 윤경림 후보자의 CEO 선임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이 낮단 점도 무리한 인사란 비판에 힘을 더한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도 최근 윤경림 후보의 CEO 선임을 사실상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3대 주주인 신한금융지주도 국민연금 의견을 따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KT의 1∼3대 주주의 합산 지분율은 23.5%(주총 의결권 행사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윤경림 후보자의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수사도 변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구 대표와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KT텔레캅의 KDFS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구 대표의 친형 구준모 에어플러그 대표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과의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흥과 접대 등을 비롯해 구 대표와 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KT는 검찰 수사와 관련 지난 10일 입장 자료를 통해 “KT텔레캅 일감 배분에 KT가 관여한 적 없고, KT는 외부감사와 내부통제 적용을 받는 기업으로 임의로 이익을 사외 유출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며 “향응과 접대 의혹 등도 사실이 아니다. 향후 관련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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