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내 성범죄 빈발에 제도 허점 악용 우려···조합장 직무정지 요건 규정 법안 발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농업협동조합 조합장들이 성폭력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상황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제출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축협에서 금품수수,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갑질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성범죄 발생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여성 직원 두 명을 성희롱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은 선고받은 충남의 한 지역조합장 사례나 여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올해 1월 입건된 인천의 한 지역조합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농축협의 조합장이나 상임이사가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저지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사옥 전경 / 사진=농협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사옥 전경. / 사진=농협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해당 조합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행자가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농협이나 축협 조합장이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조합장 직무의 원활한 운영에 있어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범죄나,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경우 회복할 수 없는 공익의 침해가 우려되는 범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 등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로서 형이 확정되기 전에 미리 직무에서 배제시켜야 할 필요성이 명백한 범죄 등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대행자가 직무를 대행토록 했다. 법안 통과시 규정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뒤부터 적용된다.

윤 의원은 “금고 이상의 엄중한 형벌을 받은 사람이 어떤 제재도 없이 조합장의 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면 관련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를 가하는 셈이고, 농협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훼손됨에도 막상 농협은 법률을 핑계대며 대처에 소극적”이라며 “농축협 조직 내 분위기가 쇄신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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