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누적된 갭투자, 하방 압력 높일 수도
초기 사업장 중단 불가피·미분양도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도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주택 가격이 여전히 소득과 사용가치 등과 괴리돼 있는 데다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2023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 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 부동산 관련 기관들은 올해 집값이 3~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집값이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 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조정 압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소득이나 사용가치에 비하면 집값이 비싸단 것이다. 집값이 급등한 건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하고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됐던 영향으로 분석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도 집값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다. 통상적으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의 고점(저점)을 전후해 매매가격 저점(고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이자 부담에 따른 전세 수요 위축으로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할 뿐만 아니라 전세가율의 하향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긴축기조 흐름에 우리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고금리에 따른 집값 하락 유인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은은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을 주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이자 및 전세금 반환 부담 증가로 매도에 나서는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 자료=한국은행

업계에선 올해 1월 들어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택 가격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제기되는 ‘집값 바닥설’에 대해 한은이 선을 그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1% 하락하는 등 하락폭이 2월 6일(-0.31%)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아직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한은은 분양 시장 경기 둔화로 인한 중소 건설사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사업 초기 사업장은 일부 사업의 지연·중단이 불가피하고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향후 고위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하는 경우 신용 위험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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