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대출 증가율 59.7%···4대 은행 중 가장 높아
외화운전자금대출 의무상환비율 신설
중소기업 대출기한 연장 시 여신잔액 일정 비율 상환해야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금 합계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금 합계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지난해 외화대출금 규모가 8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외화대출금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외화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외화운전자금대출 의무상환비율’을 신설하고 이날부터 외화운전자금대출 기한연장 시 운용기준을 변경한다.

운용기준 변경 내용은 신용등급 BB- 이하이면서 총여신 합계액이 10억원을 넘는 중소법인이 대출 취급일로부터 3년을 초과해 기한을 연장할 시 직전 취급한 여신잔액의 일정 비율을 상환토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대출 기한을 1년 이내로 연장할 경우 취급한 여신잔액(한도거래의 경우 약정금액)의 10% 이상을 상환해야 하며 6개월 이내는 5% 이상, 3개월 이내는 5% 미만의 의무상환비율이 적용된다.

기업 신용평가에서 BB- 등급 수준은 가까운 장래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으나 경영상태, 재무상황, 경제상황 등 대내외 조건이 악화될 경우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을 의미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BB-인 중소법인의 경우 외화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이 꾸준히 상환되는 것이 중요하고 최근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외화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의무상환비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1200원대로 내려왔던 환율은 3월 들어 오름세를 나타내며 13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달러당 13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환율 변동성 확대와 함께 지난해부터 은행의 외화대출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단 점도 외화대출 관리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금은 총 81조9941억원으로 전년 동기(57조8486억원) 대비 41.7% 급증했다. 2021년 9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외화대출금 증가율이 9.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이다. 3분기에 이미 외화대출 규모가 81조원을 돌파한 만큼 4분기까지 합하면 82조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외화대출금이 22조978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KB국민은행 22조4391억원 ▲신한은행 18조8877억원 ▲우리은행 17조6886억원 순이다.

증가율은 KB국민은행이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의 외화대출금은 1년 새 59.7% 늘었다. 신한은행(34.0%), 하나은행(40.9%), 우리은행(32.0%) 등 여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외화대출 증가율이 확연히 높다. 외화대출의 의무상환비율을 신설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어난 점이 외화대출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며 “미국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업의 외화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화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 최근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 전반이 외화대출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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